“마음의 상처까지 깨끗하게”
“마음의 상처까지 깨끗하게”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5.02.0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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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저소득층 아이들 목욕봉사
 

“단순히 아이들의 몸을 씻겨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의 마음속 어두운 곳을 씻겨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째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봉사단체 ‘줌사랑회’ 김기순(52·사진)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달에 한번씩 울산 북구 호계동에 위치한 아동센터인 ‘느티나무 공부방’에서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을 직접 씻기고 저녁식사도 차려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편부·편모 가정의 아이들이거나 할머니 손에서 자라고 있다.

형편상 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북구는 이 공부방을 지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봉사의 큰 뜻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께 농소1동 주민센터 컴퓨터 강의를 들었어요. 거기서 컴맹탈출을 했죠. 주민센터 덕분에 컴맹딱지를 뗀 것도 고맙고 급우들이랑도 헤어지는 것도 너무 아쉬워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보자고 급우들에게 건의했죠”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만 갖고 있던 김 회장은 당시 농소1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던 한정숙씨로부터 느티나무 공부방을 소개받고 의기투합한 봉사회원 15명과 함께 목욕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사실 형편때문에 처음에는 마음에 경계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나와 회원들도 어색했지만 세 네번 옷을 벗고 만나니 슬슬 경계심을 풀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여자아이들은 초등학생일지라도 발육상태가 굉장히 빠른 경우가 많다”며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줄 부모님이 없다보니 이것을 굉장히 창피하거나 무섭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목욕을 시켜주면서 몸의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설명하고 축하할 일이라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여자다 보니 남자아이들 목욕은 따로 발품을 팔아 도움을 요청한다.

구청의 공익근무요원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북구청소년지도위원, 북구 지역구인 정치락 시의원에게 남자아이들 목욕을 부탁했다.

방학 때는 서해갯벌이나 인근 반구대암각화 등 아이들과 소풍겸 견학도 떠난다. 들뜬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있으면 김 회장 자신도 흐뭇하다고 말한다.

느티나무 공부방의 대모인 김 회장의 다음 목표는 북구청 자원봉사공모사업에 지원해 튼튼한 여건 속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김기순 회장은 “사십 초반에 봉사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오십이 넘었네요. 지금부터는 봉사라기 보다는 정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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