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울산예총 회장선거
이상한 울산예총 회장선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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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를 줄여서 ‘울산예총’이라고 한다. 울산예총 새 회장을 뽑는 선거가 5일 실시된다.

그런데 이 선거가 이상하다. 울산예총은 운영규정 개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예총이 2013년 산하 각 연합회와 지회에 새로운 운영규정(준칙)을 하달하고 이 규정대로 개정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예총 회장선거 후보자인 이희석 전 울산예총 회장은 개정해야 할 규정에 따르면 후보자격이 없다. 이 규정은 임원의 결격사유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010년 울산시의 건축심의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추징금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2년 8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후보는 자격이 없다.

그러나 울산예총은 아직 운영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종전의 규정을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는 별도의 결격규정이 없는 현재의 규정에 따라 후보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예총은 울산예총의 운영규정을 내년 정기총회 때까지는 반드시 개정해 시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이 후보는 반드시 개정해야 할 새 규정으로는 후보자격이 없지만 아직은 종전의 규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규정상 이 후보는 자격에 하자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규정에는 결격사유 조항이 없지만 반드시 개정해야 되는 새 규정에는 결격사유가 명백한 상황에서 회장선거에 출마하는 일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

최소한 신사적인 행위는 아니다. 울산예총의 운영규정 개정은 울산예총이 선택할 사안이 아니다. 한국예총이 ‘반드시’ 개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사안이다.

개정이 명약관화한 규정을 현재의 규정만 앞세워 후보의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비신사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비신사적이라 해도 본인이 출마를 고집하면 말릴 수는 없다. 공은 선거인단에게 넘어 가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울산예총 산하 9개 단위지회에서 각 5명씩 선출된 대의원 총 45명에게 선거권이 있다. 이제 대의원들의 선택이 남은 것이다. 대의원들은 ‘회장후보가 현재의 규정에 결격사유가 없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현재의 규정에는 비록 결격사유가 없으나 반드시 개정해야 할 새 규정으로는 결격사유가 명백하므로 선택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선거는 울산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울산예총에는 시민의 혈세인 울산시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기대를 걸고 울산의 문화도시화를 바라는 시민들로서는 당연히 이번 선거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울산미술협회 회장이던 2006년에 ‘감사 파문’이 일자 회장직에서 자진사퇴했다. 그는 또 울산시의원이던 2011년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의원직을 사직했다. 정치인으로서 사법당국의 확정판결에 따라 그 직위를 상실한 것이 아니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자진사퇴한 것이다. 정가에서는 극히 드문 경우다. 의원직 사퇴는 재판결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에 대해 “시의원직에서 자진사퇴하고, 시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지급받은 세비를 공익기관에 기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자진사퇴 카드를 곧잘 뽑아들던 이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는 꿋꿋하게 완주하는 모양새다.

 

<강귀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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