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의 함정
소득세법의 함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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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른 첫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이 시작되면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납세자들이 자신이 납부해야 할 세금이 늘어난 것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정부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보완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소득세법은 지난해 1월 1일 개정됐다. 그리고 그날부터 시행됐다. 그만큼 급박하게 처리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세금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납세자들은 그 말만 믿었다. 그런데 막상 1년이 지나고 연말정산을 하려고 계산을 해보니 세금이 늘어난 것이다. 납세자는 실제로 계산을 해보고 나서야 개정된 소득세법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납세자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고 자신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계산해낼 수가 없다. 그러니 정부의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세율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약 9천3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이다. 사실상 증세였던 것이다. 증세 대상도 보통의 근로자들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실제로 세율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납세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세금이 늘어난 것이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이런 신출귀몰한 셈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소득세법 개정의 핵심은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보장성 보험,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를 세액공제제도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방점은 ‘과세 형평성’에 찍혔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똑같이 소득공제를 받으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해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납세자들은 반발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소득공제를 줄이면 과세표준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 점을 말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교묘하게 감췄다. 함정은 여기에 있었다.

총소득금액에서 근로소득공제와 기본공제, 각종소득공제 등을 하고 남은 금액이 과세표준이다.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과세표준이 늘어나면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과세표준이 1천200만원 이하이면 6%의 세율이 적용된다. 1천200만원을 초과하고 4천800만원 이하이면 1천2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 1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런 방식으로 8천800만원까지는 24%, 1억5천만원까지는 35%, 그 이상은 38%가 각각 적용된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가장 당혹스럽게 된 경우는 지난해까지 15%의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올해는 과표가 늘어나 24%의 세율이 적용돼 세액공제를 받더라도 결정세액이 늘어난 근로자들이다.

근로자들은 매월 봉급을 받을 때 소득세 추계액을 미리 떼고 받는다. 그리고 다음해 초에 정산을 한다. 그 추계액은 국세청이 정하는 근로소득간이세액표에 따른다. 국세청은 개정된 세법에 따른 간이세액표를 지난해 2월 발표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 세액표를 최대한 빠듯하게 작성했다. 그래서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세액표가 제대로 작성됐다면 근로자들은 지난해 2월에 세금이 오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에야 일고 있는 조세저항 움직임이 그 때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강귀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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