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과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중독과 디지털 디톡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5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날마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오랜 세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세월의 흐름따라 그 풍속도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 보면 승객들 가운데 신문이나 잡지 또는 단행본을 읽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요즘은 그 모습들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필자는 아직도 조간신문 한 가지를 꼭 지니고 전동차를 타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두 해 전만 해도 이른바 아침 무료 신문이 인기를 끌었다. 지하철 출입구에 놓인 진열대에는 몇 종류의 무료 신문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출근길의 시민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집어가곤 했다. 그러나 그러한 열기도 이른바 스마트폰 보급 열풍에 휘말려 기가 꺾이고 말았다. 지금은 진열대 자체도 아예 사라졌다. 비치를 해도 무료 신문을 집어 가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아날로그적인 삶만을 고집하는 편은 아니다. 글을 쓰는 직업 탓에 일찌감치 노트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최신 버전으로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 원고지를 고집해 왔으나 출퇴근 시에 갑자기 떠오르는 시상(詩想)이나 산문의 글귀들을 입력, 수정하고 저장하는 작업에는 스마트폰 노트 기능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에 찍힌 활자에 대한 매력은 아직 떨쳐 버릴 수 없어 조간신문과 단행본 몇 권은 꼭 지니고 다니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교정(校正) 작업 때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문장 수정보다는 프린터로 종이 교정지를 뽑아 연필로 교정을 보고 있다. 정겨운 종이 냄새와 연필 특유의 향내를 오랜 세월 맡아 온 터라 쉽게 결별할 수 없는 필연의 끈으로 꽁꽁 묶여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필자는 아직도 전자책(e-Book)보다는 종이책을 더 선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온통 디지털의 물결로 뒤덮여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 폰으로 시간을 체크하고 밤새 날아온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확인한다. 액정 화면으로 그날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다시 문자를 찍어 일정을 입력하거나 이메일의 답장을 쓴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각종 디지털 기기로 뉴스를 검색하고 전자책을 읽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직장에 도착하면 맨 처음 컴퓨터의 전원부터 켠다. 또 다른 디지털과의 만남이자 시작인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 주변은 온통 디지털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이미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4천만명을 넘어섰다. 지하철 출퇴근길이나 업무상 스마트폰 사용은 흔한 일상이 됐다. 스마트 기기는 ‘인간이 스마트기기의 노예가 됐다’는 말이 나올 만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가 않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뇌를 쓰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져 치매에 가까운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디지털 치매가 아직까지 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이제는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치매를 일반 치매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최근 스마트기기 의존과 중독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바로 미국에서 시작한 ‘디지털 디톡스(detox)’ 운동이다. 스마트 기기들과 잠시라도 멀어짐으로써 정신적 여유를 회복하자는 것이 운동의 목적이다. 디지털 디톡스는 먼저 뇌에 휴식을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간이 깊은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 뇌를 적절히 비우고 쉬게 한 뒤 깊은 사고가 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이 경고한 디지털 문화의 위험성에 이제 모두가 귀 기울일 때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