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시간
내일을 위한 시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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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떠올렸다.

여기에 ‘나’를 감정이입 할만한 또 한편의 영화가 개봉해 상영 중이다. 벨기에 출신 세계적 거장 감독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이 바로 그 영화다. 기자는 이 영화에서 ‘나’를 비롯, 한국 노동계의 현 주소를 봤다.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우울증 때문에 공장에서 해고돼 생계가 어려워진 여 주인공의 이야기다.

휴직 중인 주인공 ‘산드라’는 노조에서 자신의 복직과 1천유로의 보너스를 두고 양자택일 투표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노조 뒤에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권력이 버티고 있다. 힘없는 한 여성 노동자가 권력을 상대로 어떻게 싸운다는 것일까? 과연 가능한 얘기인가. 다르덴 형제는 주말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주인공이 16명의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너스 대신 내가 복직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을 관조적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나 서스펜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영화보다도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아마도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의 현실을 자동적으로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으로부터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언제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할지 알 수 없는 우리의 현실과 이 영화 속 현실은 꼭 닮았다.

최근 정부는 ‘정규직 해고 완화’ 정책을 ‘비정규직 보호 대책’으로 둔갑시켰다. ‘중규직’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기업이 싫어하는 ‘규제’는 완화한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책은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개봉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가난한 노동자,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 등 자본주의적 표현을 빌자면 사회 하층민들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다. 더 없이 차갑고 냉혹한 세상의 냉기를 견뎌온 이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노장의 따뜻한 손길이 세삼 한없이 고맙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떠올랐다. 주간 2교대 전환 후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생각났으며, 296일 동안 철탑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천의봉씨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내일을 위한 시간을 그려보게 됐다.

구미현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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