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아직 전망 밝다… 불경기 올해가 고비”
“조선산업 아직 전망 밝다… 불경기 올해가 고비”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5.01.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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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동 미포조선 사내협력사 협의회장
모기업 노사, 협력업체 어려움 알아주길
지금은 요구하기보다 먼저 주는 자세가 필요
▲ 김점동 미포조선 사내협력사 협의회장

“조선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올해 후반기까지 참고 견디면 이전의 평년작 수준정도까지는 갈 겁니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은 끝났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의 생각은 반대다. 이유를 묻자 그는 2008년 미국 모기지론에서 비롯된 세계금융 위기로 이야기를 돌렸다. 당시 유럽과 중동에서 들어오던 수주물량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자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저가수주를 감행했다고 한다. 그 이후 근로자 임금은 계속 상승하는데 값싼 배를 만들어 내 보내야 했으니 지금의 여파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수주물량이 끝나는 올해 후반기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국내 조선 산업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김점동(사진) 미포조선 사내협력사 협의회장은 매우 긍정적이다. 올해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고 한다. 컨테이너선 같은 것은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생산하는 ‘힘센 엔진’을 예로 들었다. 웬만한 세계 조선사들은 요즘 대형 선박에 이 엔진을 장착한단다. “70년대 우리가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때 일제 엔진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워낙 값이 비싸 당시 정주영 회장이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해요. 천신만고 끝에 우리 것을 만들자 이번에는 일본이 덤핑을 쳤다고 합니다. 당시 싼 맛에 국내 모 조선사가 일제엔진을 구입해 쓴 일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당시 일제엔진을 1천만원에 사 들였는데 한국이 500만원 짜리 엔진을 자체 생산하자 일본 측이 그 동안 1천만원 받던 엔진을 400만원에 팔겠다며 덤핑을 쳤다는 이야기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 세계 최고의 엔진을 역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조선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이 우리 조선 물량을 상당수 잠식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거 우리와 일본의 경쟁구도를 답습하는 수준입니다.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끝장입니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노조 쪽으로 말문을 돌렸다. 그는 우리나라 노조가 80년대 당시 강성이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당시는 근로자들이 회사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의 권익이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직도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무조건 파업부터 하는 건 성숙된 노조의 자세가 아닙니다. 논리로 회사를 이겨야죠” 그는 한국 노조가 이제 성인 나이에 이른 만큼 이에 걸 맞는 자질을 갖추고 행동할 시기가 됐다고 한다. “몇 년 전 모 자동차 공장에 갔더니 근무시간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들이 공을 차고 있어요. 그래서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혹시 결근하는 근로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예비인력이라고 해요. 그래서 ‘저렇게 노는 데 임금을 지급하느냐’고 물었더니 돈을 준다고 합디다. 받을 건 다 받고 툭하면 파업하는 노조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노조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대중공업 노사 임단협이 해를 넘긴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언급할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파업이 협력업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상당수 협력업체가 연초에 도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협력업체들이 조용한건 태풍전야의 고요함 같은 거죠” 비교적 조용히 이야기하던 그의 음성이 이 부분에 와서 높아졌다. 그러면서 모기업 노사 양측에 대한 섭섭함을 피력했다. 협력업체들은 최선을 다해 현 위기를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노조와 회사는 이런 협력업체들의 고통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모기업 노조가 파업하면 노조는 이익을 얻을지 모르지만 그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사로 넘어온다고 했다. 파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공정을 맞추기 위해 잔업과 휴일 근무를 실시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임금은 높아지는 반면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기업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상생경영이라면 사내 모든 협력사도 노조와 동등하게 처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 모기업이 협력업체의 고통을 이해하기보다 노조 달래기에 급급하다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모기업 노사는 협력업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합니다. 고 정주영 회장은 항상 ‘협력업체가 건강해야 모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했어요 협력업체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계셨던 거죠.”

협력업체 이야기가 너무 길다 싶어 노사대립 쪽으로 다시 이야기를 옮겼다. 현대중공업 노사대립의 원인을 뭐라고 보느냐고 재차 물었다. “상대를 불신하는 게 문제입니다. 서로 먼저 내 놓으라는 겁니다. 결과부터 예측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먼저 주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일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비교인상 쪽으로 흐르는 것을 염려했다. 다른 곳에서 얼마를 받으니 회사야 어찌되든 우리도 그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경쟁심리가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노동의 강도와 질에 따라 임금이 차등 적용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노사는 이제 대립구도가 아니라 화합·협조하는 쪽으로 가야 올해 희망이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아직 미래가 밝다고 김 회장은 재차 강조했다. “미포조선의 경우 남은 수주 물량이 200척 이상입니다. 3년 치가 확보돼 있는 셈이죠. 이 정도면 미래가 있는 거 아닙니까” 라고 했다. 그는 이런 희망 때문에 협력업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모기업 노사도 새해부터 이런 노력을 십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조선 산업은 불황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인력은 절대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 임금이 계속 올라가요. 그러니 협력사 직원들도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만 요구할 일은 아니라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 뒤 더 큰 것을 요구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했다.

글=정종식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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