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 디자이너가 제 몫 다하길
창조경제에 디자이너가 제 몫 다하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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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를 꿈꾸는 젊고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내 보낸 어느 회사의 모집광고가 무척 희망적이다. ‘아직 능숙하지 않지만 일류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 떠오르는 생각들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 눈에 거슬리는 일을 보면 그냥 못 넘어가는 사람. 지루한 일과 흔하고 습관적인 일을 싫어하는 사람. 낡은 경험에 맞서서 새로움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 지금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싫증을 느끼는 사람. 새로운 외국 문화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모집한단다.

요즘 한창 인기를 더하고 있는 TV드라마 ‘미생’은 먹이사슬처럼 얽혀있는 직장인들의 생활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기에 직장인들이 자신의 생활에 대한 위로와 공감대를 느껴 그 드라마에 더욱 더 빠지는 것 같다. 위의 광고 문구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자유스럽게 표방하면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직장생활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광고 문구는 의지에 불타는 신입사원들을 가슴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현 정부가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한 첨단과학기술을 산업전반에 접목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으로 창조경제의 주요 정책을 추진하자 ‘창조’가 새로움을 추구하는 디자인에 대한 개념으로 연상되고 있다. 창조(creation)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간이 실행 가능한 요소는 ‘창조적(creative)인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창조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특성’이라고 돼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의 인지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요건에서 보면 디자인도 모방에서 창조로 이어지는 변형과 조합의 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디자인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훌륭한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하면 먼저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림을 잘 그리고 완벽하게 표현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그러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이다. 생각은 많은 습득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습득은 무엇보다 자유스러움에서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노동은 육체적 가치에서 얻어진다고 했다. 디자인도 육체적 행동에서 시작된다. 때문에 보기 위해, 듣기 위해, 느끼기 위해, 경험하기 위해 활발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생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지식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보는 또 다른 정보와 연결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정보가 형성 되는 메타(meta)생각이 이루어진다.

일본에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많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기업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온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지금까지의 환경변화에 가장 적응을 잘해왔기 때문에 존속한다”고 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변화에 가장 민감한 학문이다. 또 작은 바늘에서 부터 우주항공기까지 모두 디자인 영역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9대 전략산업도 새로운 기술과 스타일에 대한 디자인이 중요한 핵심요소이다. 한국은 창조성이 가장 뛰어난 국가라고 한다. 가장핵심적인 아젠다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무엇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창조경제란 화려한 무대에 가장 빛나는 주연으로 디자이너가 제 몫을 다하길 기대한다.

<권성자 한국폴리텍대 울산캠퍼스 산업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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