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은 잘 생기고 볼 일이다
인물은 잘 생기고 볼 일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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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나라에서 큰 소동이 벌어질 때마다 그 소동을 일으킨 사람들의 눈을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거창한 말로, 눈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라고 하는데 대충 맞아 들어가는 경험이 쌓여서 그렇다.

관상(觀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뒤통수까지 보고 반골(反骨)인지 아닌지를 보지만 일상적으로는 광대뼈를 두고 반골끼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본다. 광대가 튀어나왔으면 성질이 사납고, 겁이 없고, 주인을 배신해버린다고 알려져 있다. 삼국지연의에 촉(蜀)나라의 위연(魏延)이 뒤통수와 광대뼈가 그런 관상으로 묘사되어있다. 제갈공명이 절제절명의 상황에서 패전의 난관을 헤쳐 나가려고 방문을 닫고,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고 하늘에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위연이 이 명령을 무시하고 기도드리는 방문을 벌컥 열어 버리는 바람에 촛불이 꺼지고, 기도드리는 일이 허사가 되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제갈공명은 크게 한탄했지만 이미 업질 어진 물, 위연 때문에 패전하고 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반골 보다 더 중하게 따져보는 곳이 눈(眼)이다. 물론 관상에서 코도 보고, 그 밑의 인중(人中)도 보고, 귓불도 본다. 이들 중에서 인중은 길이로 보아 길면 오래 산다고도 하지만 대개는 그 깊이를 두고, 깊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최근에 북한을 자주 다녀온 미제(美製) 아줌마의 인중이 유난히 긴데, 깊지는 않아 일말의 위안(?)이 되었다. 며느리가 효부(孝婦)노릇을 하면 발뒤꿈치도 예뻐 보이고, 싸가지 없는 짓을 하면 밥 먹는 것도 미워보이듯이 그녀가 예쁘게 웃어 보이려고 입술을 억지도 치켜 올릴 때면 북한의 유치원 어린이들이 재롱을 부리며 억지로 웃던 모양이 겹쳐 불쌍해 보인다.

옛날부터 뱀눈을 가진 사람을 두고 교활하고 언제나 간교하다고 했다. 특히 그 눈의 아래 흰자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는 잔인하기까지 한 것으로 피하는 대상이었다. 김일성의 눈이 이런 눈이다. 남한에도 수년전까지 고위직에 있다가 지금은 잠잠한 진짜 뱀눈이 있다. 다음으로 나쁜 눈은, 작은따옴표(‘△’) 모양이다. 양 끝이 아래로 내려간 눈이다. 관상이라는 가장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늘어가며 차마 그들의 이름을 거명할 수는 없으나 명예훼손으로 시끄러운 일이 생길 가능성이 없는 북한 사람 이름 하나를 지적한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독자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람을 떠올려야 할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황병서의 눈이다. 흰자위가 많다. 이와 비슷한 눈을 가진 사람으로 거짓말을 아주 크게 하여 감옥살이까지 한 남한의 사람이 있다. 전과자로 버릇없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가까운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 최근에 밥줄이 떨어진 사람이다. 다시 밥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눈을 흡뜬다. 여자도 따옴표 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현재도 국회를 운동권 시절의 대학 강당인줄로 착각하고 뻔뻔스럽게 고함을 지른다. 배신자라는 말을 잘 못 써서 혼났었다.

현 정부의 핵심부서에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소문은 났는데, 그 머리로 따옴표 눈을 무섭게 뜨고만 다니지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황병서 눈보다 조금 크다. 명령만 내리고 책임지는 일은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불쾌한 추억이 있어서 아마 복국은 먹지 않을 것 같다. 이 사람 밑에서 일하면서 운동선수의 다부진 몸매를 과시하지만 지혜로운 판단능력이 부족한 점을 다른 패거리 짓기로 눌러버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경호원이다. 끝으로 이 사람을 놓고 관상이 비과학적이라는 증거를 댈 것 같다. 그의 얼굴은 펴지지 않고 코를 중심으로 안으로 오그라든다. 공부도 잘 했고, 관직도 정치도 해볼 만큼 했다. 관상과는 전혀 뜻밖이다. 최근 취직이라는 말만 들어도 참담함을 뼈저리게 느낄 사람이다.

<박해룡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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