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이야기
창조도시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7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구 문화의 거리에 얼마 전 초대형 트리가 세워졌다.

밤마다 트리 주변으로 전에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주변의 포토 존은 행복한 웃음으로 붐빈다. 삼삼오오 거리를 메우고 밤이 이슥해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디자인의 혁신과 창의성이 파생하는 영향력과 흡인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중구 문화의 거리에 상주하는 그림 작가다. 2010년 연말, 필자가 이 거리에 그림 그릴 공간을 찾아 헤맬 때 이곳은 인적과 불빛이 드물었다. 건물은 칙칙했고 해가 지면 어둠은 바로 위협, 그 자체였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음울했던 거리에서 깜짝 놀랄 만큼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게 되니 디자인이 담당하는 혁신의 값은 상식과 기대 이상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날 공업화를 선도하는데 앞장서 온 우리 지역은 도시의 속성상 저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구도심이 쇠퇴했고 구시가지는 오랜 시간 빛바랜 모습으로 방치돼 왔다. 그러나 2011년 이맘 때 거리 곳곳에 설치된 환상적인 루미나리에를 보며 구시가지의 오랜 침체가 드디어 극복되고 있음을 체감했다. 그 뒤 구시가지가 자발적이고 선도적으로 창조 공간을 확보하고 창조 계급의 선두인 상주 예술가를 영입하면서 급속도로 탈을 바꾸어 나갔다. 문화의 거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나날이 변하는 공간과 사람을 접할 때마다 필자가 갖는 느낌은 순간순간 안면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변검 공연을 보는듯하다는 것이다.

도시 활력을 높이려면 창조적인 공간 만들기가 매우 중요하다. 도시가 지속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와 발명 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진 물리적 창조공간이 필수로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창조적인 도시 경쟁력은 창조계급의 거주와 활동에 의해 확보되므로 창조 계급의 서식을 도와야 한다. 기술 종사자나 예술가 등 창조적 직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도시일수록 경제적 잠재력도 높다. 세계적 도시 경제학자인 플로리다 교수도 도시 경쟁력을 기르는 핵심적인 기재로 ‘창조 계급’을 내세웠다. 그리고 창조 계급에 의한 산업 활동을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유산(heritage), 예술, 미디어, 실용적 창조 분야 네 영역으로 정의했다. 영국의 문화 미디어 체육부도 광고, 건축, 미술품 및 고미술, 공예, 디자인, 패션,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등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국토연구원도 UNCTAD의 네 가지 창조산업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중심인 ICT 창조기반을 추가해 5개 부문, 10개 창조 산업군, 136개 세세 분류로 창조산업을 분류하는데 근간은 모두 디자인이다.

21세기를 ‘도시의 세기’라 부른다. 더 이상 국경과 경계가 무의미한 세계화시대란 뜻이다. 그레서 국가 경쟁력도 도시 경쟁력에 의해 좌우되고 국가생존도 도시에 걸려 있다고 한다.

창조도시를 지향하는 중구는 짧은 시간에 다양성과 개방성, 일상의 문화로 이미 인프라를 상당히 구축했다. 여기다 쾌적한 환경을 보완해 도시재생의 본보기가 되고 창조도시의 롤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나경 약사고 교사·서양화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