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2014년
잘 가라, 2014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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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갑오년(甲午年)의 끝이 보이는 연말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뛴 말의 해가 서서히 가고 양의 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말 가슴에 아픈 상처가 많은 한 해였습니다. 말(馬)처럼 너무나 많이 뛰어서 그런 것인지, 그러면 다가오는 양(未)의 해에는 또 어떤 해가 될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12월이 되면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듭니다. 한해가 가고, 또 다른 새해가 온다는 것을 트리를 보고 다 같이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 보려는 의미에서 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 순간도 같은 시간은 결코 없음을, 매 순간 우리들은 그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잠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말이면 더욱 더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적게 후회하는 방법이 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며 각종 예쁜 장식품을 다는데 여기에다가 ‘소원을 말해 봐’란 소원카드를 적어 트리에 매달게 했습니다. 그래서 트리에는 예쁜 색종이가 대롱대롱 달려 있고, 그 소원카드에는 자신들이 바라는 소원들이 가득합니다.

저도 카드를 달았습니다. 소원카드에는 학교를 졸업한 딸이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소원과 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꿈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죽을 때까지 희망을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소원은 간절히 빌면 이루어지는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왜냐면 소원카드를 전해주는 산타크로스와 루돌프사슴이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를 달면서 언뜻 보니 다양한 소원들이 카드마다 적혀 있었습니다.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학교 성적과 이성에 관한 소원, 가족들의 건강, 취업에 대한 소원 등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트리를 철거할 때 소원카드를 따로 모아 어떤 내용의 이야기들이 가장 많았는지를 한 번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 많은 소원들이 잘 이루어 졌는지도 알아보고 싶습니다.

문득 매달려 있는 소원카드를 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바라는 마음인 소원(所願)은 많은 삶이 과연 행복할까” 하고요.

저는 길일(吉日)에 매달린 많은 소원이 적힌 글씨를 봅니다. 그런 풍경을 보면서 ‘정말 우리 모두는 바라는 소원이 많구나’ 란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해가 가고 오는 길목에서는 저도 작은 소원 하나쯤 가지고 싶습니다.

어디서 “소원을 말해봐” 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합니다.

“인간으로써의 존엄성(尊嚴性)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연말입니다. 시간은 잠깐도 쉬지를 않고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우연히도 이렇게 21세기의 한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나중에 어디서 만나더라도 부끄럽지 않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4년 새해에는 ‘청말 띠의 해’라고 다들 많이 시끄러웠습니다. 그에 답하듯이 올 한해를 돌아보니 정말 답답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의 가슴에 슬픔이 없는 따뜻한 삶이 가득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저의 진정한 소원도 그것이 아닐까요.

다시는 볼 수 없는 2014년아, 잘 가라. 너는 그렇게 가도 우리는 너를 결코 잊지 못하리라.

<김봉대 울주옹기종기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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