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문학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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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평교사 시절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면서 문학 수업을 했다. 하지만 그 동안 학교에서의 문학교육은(아직도 다분히 그러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학력고사와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시험 문제풀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시험이 끝나면 되레 학생들을 문학 작품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학생들에게 문학을 뺏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근래 들어 문학교육이 학교 교육의 차원을 벗어나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평생 교육의 차원으로 발전돼 가고 있다. 이는 작가나 시인들이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향토 출신 작가의 문학적 공적을 기리고 알리며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관광 상품화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한 덕택이다. 지금은 전국 어디를 가도 그 지역 출신의 유명 작가나 시인의 문학관이 있고, 또 그것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문학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런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중구 학성공원에 서덕출 시인의 ‘봄편지 노래비’가 있고,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에는 울산 유일의 문학관인 난계 오영수 문학관이 연초에 문을 열었다. 얼마 전 오영수 문학관에서 지역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누나별 북 콘서트’라는 문학 행사가 열렸다.‘문학과 음악, 영화가 만나다’라는 부제를 단 이 행사에는 대중적 음악 공연과 난계 선생의 소설 낭독 및 낭독 대회가 있어 울산에서도 문학의 대중화와 대중적 문학교육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지난 10월말 우연히 울산시낭송협회의 창립 기념 시낭송회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시낭송 동호인과 시낭송 전문가를 통해 색다른 시의 세계를 필자에게 선물해 주었다. 동시에 지난날 나의 문학 수업이 시를, 문학을 학생들에게서 뺏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이제 시를 음미하고 문학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학교 문학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시험 문제의 정답 찾기를 위한 문학교육은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교실 수업을 그렇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질타하면서도 정작 인성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제대로 된 문학교육이야말로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좋은 인성교육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학기부터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한글날 기념 백일장이나 학예대회 백일장과 같은 의례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고 시낭송, 소설 낭독처럼 생활 속에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서적 공명을 통해 올바른 품성을 도야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도와 줄 생각이다. 사람과 자연, 세상과 삶에 대한 이해를 넓고 깊게 해 우리의 삶을 좀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교실에서부터 조그마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요즘 인문학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큰 명제는 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교육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애시 당초 문학이라는 것이, 시라는 것이, 인간과 자연, 이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문학교육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홍길 신언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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