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울산시대 개막
한국석유공사 울산시대 개막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12.0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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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석유공사 울산 이전 신사옥.

한국석유공사가 3일 중구 우정혁신도시 내 신청사에서 제2의 도약을 다짐한다. 1979년 3월 한국석유개발공사가 발족된 지 35년만의 일이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로 한국이 큰 타격을 입은 뒤 정부는 유사시에 대비한 원유확보 필요성을 절감하고 1978년 12월 한국석유개발공사법을 공포했다. 이후 1998년 국내대륙붕에서 최초로 가스가 발견되자 석유공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 들었고 2000년 동해-1 가스전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 베트남,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9개국에서 직접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카자흐스탄에서는 유전개발 첫 단계부터 참여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 신청사는 2011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3년만인 지난 10월 준공됐다.

▲ 동해-1 가스전.

동해-1 가스전

이 지역은 1970년대 조광권을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 쉘(Shell)사가 석유탐사에 실패하고 철수했던 곳이다. 그 뒤 석유공사가 1983년부터 1995년까지 동해가스전이 속해 있는 제6-1광구 지역에 대해 시추를 실시, 10공 가운데 5공에서 가스가 발견됐다. 부존 가능성이 확인되자 석유공사는 6-1광구 중 고래V구조에 시추위치를 확정하고 1998년 7월 울산 동남쪽 60km지점에서 동해-1 가스전을 찾아냈다. 동해-1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천연가스 5천만 입방피트, 원유 1천배럴로 천연가스는 하루 34만가구, 원유는 하루 약 2만대의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여기서 생산되는 가스는 별도의 처리 공정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열량을 가진 양질의 천연가스다. 원유는 ‘컨덴세이트’라 불리는 초경질 원유로 다른 유종에 비해 고가이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 동해-1 가스전 위치도.

베트남 15-1 해상광구

▲ 베트남 15-1 해상광구.

베트남 15-1 광구는 석유공사가 탐사단계에서부터 사업을 주도해 총 5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해 둔 상태다. 우리나라 원유 소비량의 약 6개월 치를 한 곳에서 확보한 셈이다. 이 광구는 하루 원유생산량 9만배럴로 단일 광구로선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03년 10월부터 지난 9월말까지 원유와 가스 약 2억5천만 배럴을 생산해 석유공사는 투자비 1천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향후 8천억원의 순이익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9월 생산에 들어간 갈사자 유전은 흑사자, 금사자, 백사자 유전에 이은 것으로 하루 4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갈사자 유전은 석유공사가 지난 2007년 7월 탐사활동을 시작으로 2년간 탐사·시추한 끝에 개발한 유전이다. 매장량은 8천만 배럴이고 기대 수익규모는 2조원대다.

▲ 베트남 15-1 해상광구 위치도

이전 신사옥

지난달 준공된 석유공사 신사옥은 2011년 10월 착공해 지난 10월말 완공됐다. 연면적 6만4천887㎡(1만9천643평)에 지하 2층 지상23층 규모다. 부지 매입비 43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2천110억원이 투입됐다. 이 건물은 친환경 녹색 설비를 갖추고 있고 지진에 대비해 ‘내진 특등급 설계요소’를 적용했다. 각종 에너지 절약형 설비를 갖춰 일반 건축물에 비해 50%이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약 1천200t의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또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울산지역 최대 지진은 1994년에 발생한 리히터 4.6규모였고 국내 최대 지진은 1978년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0이었다.

지역과 동반 성장 추진

석유공사가 우정혁신도시에 들어섬으로서 지역사회가 얻을 수 있는 최대효과는 에너지 집합단지(클러스터)로서의 울산입지다. 울산에는 굴지의 석유정제시설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석유비축기지가 설립돼 있다. 특히 동북아오일허브 구축사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석유공사는 지역의 경제적 역동성과 석유관련 사업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석유공사와 같은 거대 공기업이 지역으로 이전됨에 따라 지역 출신 젊은이들의 취업기회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
“울산시민 자부심되는 ‘이웃기업’ 될 것”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

서문규(사진) 석유공사 사장은 공기업으론 보기 드물게 사내 출신이다. 그는 1979년 공사가 발족되면서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이후 가스개발사업단장 등을 거쳐 2009년 부사장을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했다가 석유공사의 방만 경영이 문제시 되자 정부가 2012년 공사 내부사정에 정통하고 ‘석유를 잘 아는’ 서 사장을 공모를 통해 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격주마다 실시되는 전략회의에 노조를 참여 시키는 등 온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대형 공기업 가운데 최초로 방만 경영 개선과제를 완전히 이행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내외 석유자원을 탐사, 개발, 생산하고 석유공급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할 석유를 국내 지상과 지하에 비축하는 사업을 주로 수행한다. 70년대 1, 2차 석유파동으로 석유가 없어 국가 안보와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은바 있다. 그 후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979년 3월 공사가 설립됐다.”

공사의 석유 생산량과 비축량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24개국에서 하루 22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국내 9개 비축기지에 약 1억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국내 하루 소비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약 60일 분에 해당된다.”

해외유전개발 사업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유전개발은 탐사에서 석유를 생산하기까지 10~20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다. 탐사성공률은 20% 미만에 불과하지만 성공하면 자산가치가 급등하는 하이 리스크(high risk·고위험부담)사업이다. 공사는 현재 6개 해외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56개의 주요 석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대륙붕탐사는 어느 정도인가.

“국내 대륙붕 탐사는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는데 1998년 동해-1 가스전이 발견되고 2004년부터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됐다. 현재 이곳에선 하루에 약 1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것은 울산지역 34만 가구에 매일 가스를 공급하는 양과 맞먹는다. 지금까지 동해 가스전에서 2조2천 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동해-2 가스전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어 2016년부터 3년간 50만t의 가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석유공사 사장으로서 경영철학은.

“양적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략목표를 생산량 확대보다 내실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 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국가 에너지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은 맡은바 책무를 다하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윤리경영, 정도경영, 자율경영에서 책임경영, 내실경영, 미래경영으로 바꿨다.”

요즘 ‘관피아’에 대해 말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기업을 책임지는 사람은 공사 경영을 위한 전문성과 경륜, 책임감 등이 중요하다. 그런 자질만 갖추고 있다면 어디에서 오든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석유개발 사업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서방 선진국들은 이미 자국을 대표하는 대형 석유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 대부분 국가가 국영석유기업을 가지고 있다. 국영석유기업을 통해 경쟁하고 협력하는 것이 자원 확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울산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제 우리는 멀리 있는 공기업이 아니라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공기업은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기여해야 한다. 석유공사가 울산시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민들의 성원을 기대한다.”

▲ 석유공사 사내 부부.

“이주민 위한 지역 명소 홍보를”

-정민규·김이슬 석유공사 사내부부

“생각보다 물가가 비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울산은 모든 게 비싸다고 들었거든요.” 우정 혁신도시로 이주하는 공공기관 가족들이 걱정하는 건 대개 2가지라고 한다. 물가와 주택난이다. 석유공사 정민규 대리(사업처 아시아 탐사팀·33·사진 오른쪽)와 김이슬 대리(재무처 재무관리팀·29·사진) 새내기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지난달 4일 서울에서 우정동 ‘아이 파크’로 이사했다. 듣던 것보다 물가가 싸고 장보기가 편하다는 게 그들 이야기다.

이사할 때 어려운 점이 없었느냐고 묻자 “회사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줘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전세 값이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 못지않게 비싸단다. 우정혁신도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 가운데 하나를 지적한 셈이다. 이들 신혼부부처럼 당장 주택을 구입할 형편이 못되는 이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와 보니 어떤가.

“서울과 다르게 울산은 공기도 좋고 본사 건물이 잘 지어져 크게 어려움은 없다. 회사 내 여러 시설이 구비돼 있어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낀다. 아침, 점심, 저녁이 제공되고 스포츠와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어 활용하기 좋다.”

주말은 어떻게 보내나.

“경주 불국사, 포항에 갔다왔다. 서울과 달리 쉽게 다른 도시로 갈 수 있어서 좋다. 이사한 지 얼마 안돼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살기 좋은 것 같다.”

이질감은 느끼지 않나.

“나는 고향이 부산이고 아내는 경북 김천이다. 둘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을 뿐 지방 출신이어서 지방에 익숙하다.”

둘은 어떻게 만났나.

“대학 동문인데 사내에서 만났다.”

바라는 점은.

“울산시와 회사가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고 있다. 이런 배려가 계속되길 바란다.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위해 지역 명소나 관광지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 어딜 가고 싶어도 몰라서 못 간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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