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회-12. 칼은 살아서 말한다(3)
126회-12. 칼은 살아서 말한다(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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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 치고는 그 결과가 너무 참혹합니다. 신라군의 잔혹함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이었다 하옵니다. 사람이란 사람은 닥치는 대로 죽이고 심지어 항복한 사람까지도 도륙했다고 하옵니다.”

“뭐라고, 항복한 자까지도 칼로 베어 죽였단 말인가?”

진수라니 국왕은 참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칼 맞아 쓰러진 자를 일으켜 배를 자르고 그 팔과 다리를 잘라서 나무에 내걸었다고 합니다.”

상수위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다시 말을 더듬거렸다.

“저런, 천인공노할 놈들!”

왕은 치를 떨었다.

“승리에 도취한 신라의 군병들은 굶주린 이리마냥 민간의 마을까지 덮쳐 닥치는 대로 인마를 살육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하옵니다.”

“야수와 다르지 않구나.”

“야수도 그렇게 잔혹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야수라면 더 나았을지 모릅니다.”

“야수였다면 더 나았다고?”

왕이 반문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하한기와 이수위, 그리고 궁성 호위 군장이 들어왔다. 연락을 받고 온 모양이었다. 하한기와 이수위, 호위 군장은 상수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여인의 두피를 벗겨 창끝에 매어달고 거리를 쏘다니며 춤추었다고 하옵니다.”

상수위의 말은 계속되었다.

“저런, 저런 놈들이…….”

왕은 할 말을 잊었다. 마치 허공을 헛짚어 떨어지는 사람처럼 왕은 자신도 모르게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 앞에 닥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환상 속에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끝내 도설지왕이 성 밖으로 나가 이사부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하였다고 합니다.”

연락 군관의 말은 진수라니국왕을 더 충격 속으로 밀어 넣는 말이었다. 연락군관은 차마 어전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해버린 것 같았다. 상수위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연락군관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쏟아 놓은 살과 같았다. 상수위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살기 위해서 무릎을 꿇었단 말인가? 가야 연맹의 맹주국인 대 가라국의 국왕이 신라의 일개 군장 앞에 무릎을 꿇다니, 이 무슨 굴욕인가! 이진아시왕이 반로국이란 이름으로 나라를 열어 16대 520년 동안 강건하게 이어져왔던 그 나라를 내놓은 그 왕이, 어이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일개 적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말인가?”

진수라니의 말은 절규처럼 들렸다. 격앙된 어조였다. 얼굴엔 가볍게 경련이 일었다.

“전하, 황공하옵니다. 군관이 불경하여,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진언하고 말았사옵니다. 불충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상수위는 안절부절못했다.

“왕이 그 지경에 이르렀다면 태자와 대신들도 그 모양이 되었겠구나?”

진수라니의 물음엔 탄식이 묻어났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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