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회-12. 칼은 살아서 말한다(1)
124회-12. 칼은 살아서 말한다(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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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대가야, 고령)국이 신라군에 정복되었다는 소식이 다라국(합천가야) 조정에 전해지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가라에 머물고 있던 다라국 연락 군관이 소식을 들고 말을 달려왔다. 전황을 보고받은 상수위는 군관을 데리고 어전으로 나갔다. 가라 도설지왕이 나라를 맡고 10년이 채 되지 않는 해(562년) 9월이었다.

“또 이사부이옵니다. 그 자가 기어이 가라를 침략하고 말았사옵니다.”

상수위 아사비는 정전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고했다. 상수위는 뛰는 가슴을 억제치 못하고 말을 하면서도 숨을 헐떡거렸다.

“뭐라고? 신라가 가라국을 침략하였다고?”

진수라니 왕은 마치 마른날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움찔했다.

“이사부는 가야 제국을 집어삼키는 저승사자이옵니다. 남가라(금관가야)와 아라(함안가야)를 삼키고 기어이 가라국마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사옵니다.”

“상수위의 말이 오늘따라 왜 그다지 방정맞고 경솔하단 말인가?”

왕은 상수위의 말이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하오나 이사부의 부장인 사다함이 기병 5천을 이끌고 먼저 가라의 궁성으로 가서 전단문을 부수고 입성하여 사람이란 사람은 닥치는 대로 무차별 도륙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뒤이어 이사부가 들어와서 왕과 왕비를 포박하고 대신들도 포로로 잡았다고 하옵니다.”

“도대체 한 때 그렇게 용맹스럽던 가라의 군병들은 뭘 하였단 말인가?”

왕의 말에 한숨이 섞여 있었다.

“새벽 이른 시간이고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어서 무방비 상태였던 걸로 여겨지옵니다.”

“상수위는 어떻게 오늘은 갈수록 한심한 소리만 해대느냐?”

“전하, 더구나 이찬 이사부의 병역이 아니옵니까. 지금까지 이사부의 병력이 가서 정복되지 않은 곳이 없지 않사옵니까. 일찍이 동해의 외딴섬 우산국을 병합하였고, 고구려의 도살성과 백제의 금현성을 함락시켰지 않았사옵니까.”

상수위는 왕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시끄럽다. 이사부가 열이 온들 병사들만 잘 단련되어 있다면 왜 방어해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진수라니는 상수위를 나무라듯 말했다. 불쾌한 심사가 굳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궁성 주변에 십여 개의 산성이 있고 성곽 주변에 커다란 해자까지 있어 난공불락이나 다름없는 가라국의 궁성문인 전단문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열렸단 말인가?”

진수라니의 한숨 섞인 말은 계속되었다.

“그 점은 신도 이해되지 않사옵니다. 낙동강과 회천을 방어하기 위한 도진산성이 있고, 낙동강에서 넘어오는 적을 막기 위한 산성만 해도 무계산성과 보루산성, 의봉산성, 풍곡산성, 망산성 등이 있는데 말이옵니다.”

“서북쪽 방어를 위한 산성은 또 별도로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왕이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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