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다녀와서
미얀마를 다녀와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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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얀마를 다녀왔습니다. ‘불탑의 나라’ 또는 ‘미소의 나라’라고 알려진 곳인데 우리에겐 버마 ‘아웅산 사건’으로도 기억되는 나라입니다.

미얀마를 ‘불탑의 나라’라고 부르는 것은 일찍이 불교를 국교로 받아드린 미얀마가 초기 불교 신앙의 대상이었던 불탑신앙을 발전시켜 전 국토에 수백 만기의 불탑을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 공산국가,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외국에 개방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변화와 함께 그간의 폐쇄성을 벗고 세계 각국과 활발한 교역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 CNN방송이 ‘꼭 가봐야 할 세계여행지 10선’에 선정될 정도입니다.

이 나라를 ‘미소의 나라’라고 부르는데도 그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불탑 속에 모셔진 부처님의 표정이 근엄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소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얀마 사람들의 얼굴표정에서 순박한 미소를 발견 할 수 있어서 나온 말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미얀마에선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국민의 표정에서 순박하고도 밝은 미소를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안내했던 가이드는 “미얀마에서 십여년을 살았지만 마을에서건 도시에서건 한 번도 큰소리를 내며 싸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나라이지만 내 것을 빼앗길까봐 긴장해야 할 일이 전혀 없는 나라”라고 미얀마 국민성을 칭찬했습니다.

영국 자선구호 기구가 내 놓은 통계를 보면 기부와 타인을 위한 배려지수에서 미얀마가 미국과 함께 세계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0위라고 합니다. 1인당 연간 국내 총생산(GDP)이 140만원에 불과하고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나라가 세계 기부지수 1위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미얀마의 기부지수가 이토록 높은 배경에는 국민의 90%가 불교 신자들로서 불탑과 수행자들에게 올리는 기부에서부터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공생의식이 민족성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실천이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자신 외의 다른 생명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의 순수한 본성 속에는 누구나 때 묻지 않은 배려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나친 자본 중심의 사고가 누군가를 향한 배려의 마음을 밀어내고 탐욕과 경쟁, 시기와 질투심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나눔의 시작은 물질이 아니라 바로 생명에 대한 배려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많이 가져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심에서 나누어 가지는 것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 배려의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어려움을 모두의 지혜와 배려로 이겨낸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의 아름다움은 욕심과 경쟁으로 바뀌고 배려보다는 움켜쥐려는 생각이 때문에 나누는 일을 잊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제배 고품의 시대는 면했습니다. 이제 다른 이의 배고품을 헤아릴 수 있는 아름다움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모두 더 행복해 지는 것을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만초스님 해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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