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연말’
‘잔인한 연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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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달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가면 곧 연말연시 분위기로 접어들 것이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팔짱을 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길 것이다. 행복한 웃음을 짓는 가족들이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이들에게 연말은 ‘따뜻함’이며 연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러나 연말연시가 모두에게 따뜻하거나 기대를 심어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체감온도보다 더 낮은 ‘강추위’이며, 하루하루 연명해야 하는 처절한 ‘현실’이다.

지난 19일 울산의 한 주택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부부가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부부의 유서에는 “생활고 때문에 너무 힘들다”, “죽어서라도 같이 있겠다” 등의 안타까운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한 달 여 만에 발견된 것으로 추정돼 더욱 안타깝다. 이웃주민들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다”, “젊은 부부가 금슬이 너무 좋았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부부를 추억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 다음날인 20일 직장을 잃은 40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 일어났다. 사업실패 후 직장을 전전하다 허리수술 이후 집에 있었던 그는 평소 “사라지겠다” 등의 말을 가족에게 서슴없이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밥 먹기도 빠듯한 세상, 어려운 이웃을 내 가족 챙기듯이 보살피라고 말하는 것은 오지랖일 게다.

그러나 이 행복한 연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시리고 시린 연말을 보내는 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볼 법 하다. 그들에게 연민보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보자.

울산의 여러 사회복지단체가 주관하는 모금에 동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천원, 1만원의 돈이 그들의 처절한 현실을 단숨에 뒤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 그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할 정도는 될 것이다.

20세기의 위대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은 “당신이 그저 미소를 짓는다면 인생은 여전히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당신의 조그만 관심 하나는 비정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이웃의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할 것이다.

<윤왕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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