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8)
121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8)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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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나라의 뜻을 바꿀 수 없다.”

진수라니 국왕은 눈을 들어 먼 산의 봉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하, 다시 한번 통촉하옵소서.”

대신들의 진언이 다시 있었다.

“정해진 나라의 뜻은 바꿀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어서 일을 진행하라.”

왕의 말을 듣고 상수위가 앞으로 나와 멈칫거렸다.

“읽어라!”

왕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이수위가 더듬더듬 칙서를 읽기 시작했다.



- 무릇 이 땅의 해와 달이 하나이고 만백성의 나라가 하나이지 않는가. 이 하나의 나라는 하늘이 내리신 것이며 선왕들께서 이루어내신 것이다. 만백성이 오늘 먹고 사는 것도 다 하늘의 뜻이며 선왕들의 음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기에 이 나라는 과인의 나라가 아니라, 만백성의 나라이며 나라를 지키려다 간 선열들의 나라란 것이 분명하거늘, 내 어찌 나라의 일을 한 치라도 소홀히 하고 어설피 할 수 있겠는가. 오늘 죄인을 벌하려는 것은 과인의 뜻도, 어느 누구의 뜻도 아니다. 이는 오로지 하늘의 뜻이며, 선왕들의 뜻이다. 오랜 율령에 근거해서 행하는 것이며, 자연의 법도에 의한 것이다. 과인이 어찌 사람을 죽이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상수위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읽기를 멈추었다. 둘째 왕자가 코를 훌쩍거렸다. 왕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상수위가 다시 읽었다. 상수위의 음성도 눈물에 젖기 시작했다.



- 그것은 인간이 행할 일이 아니며 인간이 받아들여야 일도 아닐 것이다. 다만 과인은 이 나라를 지켜가는 일이라면 백을 바쳐서라도 그 하나를 이루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율과 령을 어기고도 너, 나 할 것 없이 용서된다면 또한 그 율과 령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어느 한 사람을 예외로 두어 용서한다면 그것은 또한 만백성의 본보기가 되어, 모든 사람들이 죄를 짓고도 그런 용서를 바라게 될 것이다. 나라의 율과 령을 지키는 것이 이 나라를 지켜가는 길이란 것을 과인은 한시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것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적과 내통하거나 적에 동조하여 나라의 근간을 해치는 자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은, 여기에 모인 신료들이나 군장들, 그리고 수많은 군병들이 더 잘 알 것이기에 과인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치에 의해서 오늘 죄인을 벌하려는 것을 신료들이나 백성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읽기를 끝낸 상수위가 땅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렸다. 자신이 한자 한자 붓을 적셔 쓴 글을 듣고 있는 왕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비록 무표정에 모든 것을 감추었지만 마음속엔 눈물이 흘렀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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