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7)
120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7)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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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얼굴을 적시고 다시 묶인 손등에 뚝뚝 떨어졌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눈물 속에서도 눈물을 보았을까? 여인은 이윽고 고개를 들어 두 아들을 보았다. 아들들의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25년 만의 아들의 모습, 여인은 눈물만큼이나 뜨거운 아들의 모습을 눈물 속에 담았다.

‘에미는 죄인입니다. 눈물로써 밖에 말할 수 없는 죄인입니다. 부디 이 나라를 이어받아 만세에 전해가소서……’

여인의 눈물은 마치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수위가 눈물을 보이자 신료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왕은 울지 않았다.

“칙서를 내려라.”

왕이 하명했다. 상수위가 여인의 앞으로 가서 칙서를 펼쳤다.

“전하, 지금이라도 왕비의 죄를 사해 주소서.”

이수위가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신이 이 산성에서 지켜보았던 왕비의 고행은 차마 말씀 드릴 수 없을 정도이옵니다. 참으로 혹독하고 처참하여 지켜볼 수가 없었사옵니다. 왕비께서는 지금까지의 옥고만으로도 지난날의 잘못은 충분히 사해졌을 것을 여겨지옵니다. 옥전의 선열께서도 왕비의 사면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바인지도 모릅니다. 부디 용서 하시어 이 나라의 국모의 자리를 이어가게 해 주소서.”

무태산성 성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의 음성도 감정이 실려 떨리고 있었다.

“용서하여 주옵소서.”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여러 사람의 입에서 한꺼번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하, 저 사람들의 한결 같은 뜻을 받아들이시어 통촉하소서. 국모 없는 이 나라의 세월이 얼마였사옵니까. 용서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미덕이며 치세의 방법일 것입니다. 어찌 백성이 지은 죄를 벌로만 다스리는 것이 현명한 치세이겠습니까. 용서하고 긍휼한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는 것도 치세의 방법이 아니겠사옵니까? 만백성의 경우가 이러하다면 왕실의 경우가 어찌 다르며, 왕비의 경우 또 어찌 다르겠사옵니까? 신의 생각으로는 왕비를 용서하시어 국모의 자리를 채워 주시는 것이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수위도 칙서를 들고 돌아서서 진언했다.

“아바마마, 신료들의 뜻이 저러하온데 어찌 외면하시옵니까? 어찌 소자들로 하여끔 어미가 참수되는 모습을 지켜보라 하시옵니까? 이는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가 아니며 차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부양하고 살리려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할 소자들로 하여금 금수지행을 저지르라 하시옵니까?”

둘째 왕자의 얼굴엔 눈물이 번져 있었다. 눈물을 떨어뜨리며 하는 왕자의 말이 너무 애절하게 들렸다. 왕의 얼굴에도 아픈 마음이 배어났다. 그러나 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말이 끊어진 동안 신료들은 숨을 죽였다. 산 까마귀가 몇 마리 날아가며 요란하게 울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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