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시험과 교원능력평가 신뢰도
대학수능시험과 교원능력평가 신뢰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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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평가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출세를 하거나 승진하고 또는 합격 불합격의 여부가 결정된다. 한 번의 평가로 많은 것을 측정하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 평가 과정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교원능력개발평가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최근 법원은 ‘2014년도 수능에서 세계지리 과목의 8번 문항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그동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8번 문항에서 교과서 수치만을 옳은 것으로 판단해 실제 수치는 정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답 오류로 인해 등급이 낮아진 학생들은 당시 하향지원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학생들은 아예 재수를 선택했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출제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피해를 본 수험생을 구제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 수험생 중 현재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편입까지 허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춰 하향지원한 학생들이나 재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최근 실시된 수능 시험에서도 영어와 생명과학 과목에서 각각 오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비 수능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과목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수능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상태다. 이런 문제출제오류와 난이도 조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현재 보안유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합숙형 수능출제방식’보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문제은행식 출제’로 전환돼야 한다.

교원평가제도도 시행초기부터 말이 많았다. 이 제도의 목적은 교사의 학습 및 생활지도에 관한 전문성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 분석할 수 있도록 교사발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와 결과를 바탕으로 교원들이 지속적으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결국 교원들의 전문성을 신장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현재 교원평가는 동료, 학생, 학부모 등 3가지 영역에서 설문조사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나타나는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 학교업무와 학생생활지도에 성실하고 충실한 교사가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50% 이상을 목표로 학부모 만족도룰 조사하지만 학부모의 성향에 따라 학교차도 크게 난다. 학부모가 담임교사나 학교장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시행하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높게 나올 리가 없다.

며칠 전 교무실에서 한 선생님이 나이스(NICE)에 나타난 자신의 교원평가 결과를 보고 동료교사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면 분개하는 모습을 봤다. 또 어떤 담임선생님은 학부모 및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년 동안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담임교사에 대한 일부항목 평가결과가 매우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 담임선생님은 교원평가 결과를 그 목적과 거리가 먼 일부 학부모나 학생의 익명성을 이용한 무차별 공격이라며 평가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교원평가가 교육현장에서 교원상호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당초 목적보다 상호 불신을 키우고 오히려 신뢰도를 낮추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부터라도 수능과 교원평가에서 나타나는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김갑수 대현고 교사/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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