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속 미술관
도서관 속 미술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9 2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늘함이 거리를 메우고 낙엽이 뒹굴면 도서관에 가고 싶다.

창가의 햇살과 시간의 냄새가 밴 책들, 책 한권 빼어들고 앉으면 순간이 정지하는 곳, 그 곳에 가고 싶어진다. 이제 우리 시대의 도서관은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습득한 지식을 다양한 예술·문화 체험 기회를 통해 확장하여, 삶의 여유와 재충전을 꾀하는 공간으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너무나 멋진 놀이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공간으로 도서관과 미술관, 카페를 차례로 꼽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지역 도서관 소식을 듣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남부도서관 이전 백지화’란 헤드라인으로 남부도서관이 착공을 앞두고 재원을 확보 못해 돌연 이전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접했을 때였다.

3년 전 어느 날 지역 뉴스에 울산 남부도서관이 최신 시설로 지역민들의 평생 교육을 위한 복합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됐을 때 필자는 새로 지어질 도서관의 현대적인 기능과 시대에 부응할 역할에 대해 잔뜩 기대했었다.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미술관이나 도서관 같은 시민 문화 시설이 태부족인데 대한 해결책이었던가. 그 무렵 전국 도서관 속에 작은 미술관이 속속 설치되고 있었으므로 더욱 우리 지역에 새로 지어질 남부도서관에 대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이미 올해 완공을 했어야 한다.

문화의 융합과 확산을 위해 반영된 작은 미술관까지 반드시 품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미리 감격해 마지않았다. 우리 지역 미래형 도서관의 존립이 무산될 지경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도서관과 미술관은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습득과 체험을 통해 감상과 대화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적 위상을 점검하고 반성 및 전망 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21세기의 문화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지역의 문화 관련 공공기관은 지역사회의 이용자를 위한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 교육, 후생, 복지를 위한 종합공간으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맥락에서이다. 그래서 최근 세계의 도서관들이 지향하는 도서관의 모습은 ‘침묵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건하고 규범적인 공간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소통하고 교환하는 지식의 시장과 같은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존재하며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공유하는 열린 공간이다.

루브르 미술관을 통해 세계 문화예술의 선두 주자가 된 프랑스의 경우에도 프랑스 정부가 대표적인 문화예술 정책사업으로 추진한 퐁피두 문화예술센터가 종합문화 공간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하며 현재 프랑스인의 생활 전반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프랑스의 미술관과 도서관은 관람객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획 전시와 복합적인 교육 프로그램, 관련 도서 자료실을 기본으로 하며 만남과 대화의 장소 및 휴식 공간의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하지 않는가.

슈퍼 라이브러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여가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며 예술 문화를 습득하고 체험하고 싶어 남부도서관의 새로운 모습을 손꼽아 기다려온 지역민들의 실망과 한숨에 안타까움만 더 한다.

<오나경 서양화가·약사고 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