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4)
117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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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패전국이 될 남부여(백제)와의 동맹이냐 말이오?”

비조지가 상수위를 노려보았다.

“남부여와는 동맹 관계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지 어제 오늘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하한기도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러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상수위가 비조지를 노려본다. 두 시선이 맞부딪치면 지나갔다.

“전하, 하한기는 지금까지 나라에서 하는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말하였사옵니다. 끊임 없이 나라의 뜻을 분열시키고 사사건건 반대하는 일만을 하여왔사옵니다. 오래 동안 산성의 성주로 있으면서 힘 있는 군장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급기야 파당을 지어 국정에 그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사옵니다.”

“뭐라고?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백주에 사실을 날조하려 드느냐?”

하한기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산성을 쌓는 곳에 가서는 성 쌓기를 반대하고, 군병을 훈련시키는 현장에 가서는 훈련과정을 문제 삼으며, 지휘하는 군장들의 사기를 저하시켰습니다. 지금 하한기야 말로 조삼모사하고 사특한 말로써 만 백성들을 현혹하고 군병들에게는 나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가 하면, 대신들 사이에는 분열을 조장하여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자이옵니다. 지금 하한기가 과연 신라의 충신인지 이 나라의 대신인지가 심히 의심스럽사옵니다.”

하한기의 말을 못 들은 척, 상수위가 고개를 돌려 왕을 보며 하던 말을 계속했다.

“적반하장이옵니다. 상수위야말로 남의 말을 왜곡하고 일을 독단적으로 생각하여 도리어 나라의 일을 망치고 있는 장본이옵니다. 어찌 이 자의 어리석음과 독단적인 생각을 그냥 두고 보시옵니까? 뿐만 아니라 조정에서의 직급을 망각한 채 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사옵니다. 저 자의 혀는 기름지기가 이를 데 없고, 전하 앞에서의 말과 뒤에서의 말이 다릅니다.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나라를 위한 대안이 없는 인간이옵니다. 저 자를 조정에서 내치지 않는 한 이 나라의 국사가 바르게 되어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한기도 왕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참으로 해괴한 장면이었다. 신료가 어전에서 서로를 비방하며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왕의 마음은 착잡했다.

무릇 병사를 보면 나라의 흥망을 알 수 있고 대신들의 모습에서 국운을 읽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국왕 앞에서도 희롱하듯 막말을 서슴지 않는 하한기의 언행을 보며 진수라니왕은 마음이 어두워졌다.

“그만들 하라. 그대들의 말을 세세히 새겨들었다. 나라는 말로써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행동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나라의 일이 말만큼 쉽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말을 쉽게 하면 쉽게 망한다. 말이 지나치면 목숨을 잃고, 말이 빗나가면 나라를 망친다. 어찌 그대들은 말로써 나라를 망치려 하는가?”

진수라니왕은 노기에 찬 얼굴로 대청바닥의 대신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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