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회-3.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3)
116회-3.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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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어이하여 이 나라의 하한기로서 마치 죽은 그 놈을 옹호하고 신라를 대변하는 것 같은 말을 하는가?”

진수라니는 빳빳한 시선으로 비조지를 노려보았다.

“전하, 황공한 말씀이오나, 이제 가야 연맹의 화려한 때는 지났습니다. 남가라(금관가야)는 이미 망국의 한을 맛보았고, 강력했던 아라국(함안가야)도, 가야 연맹의 맹주였던 가라국도 쇠락해 가고 있지 않습니까? 신라와의 화친 없이는 살아남을 길이 없을 것이옵니다.”

비조지의 말은 갈수록 도도해졌다.

“그대는 이 나라의 대신이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황공하옵니다. 그러나 신(臣)은 나라를 위하는 충정에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충정이라고, 충정이라면 어떻게 이 나라를 지킬 것인가를 말하지 않고 나라를 넘기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가? 그대의 충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충정인가?”

왕은 나무라듯 말했다.

“전하, 그러하옵니다. 하한기의 말이야말로 아전인수 격입니다. 엄중해야 할 국사를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오도하고 있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차마 옆에서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언행이 불경하옵니다. 감히 어전에서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되는 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불충을 범하고 있사옵니다.”

하한기의 태도를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던 상수위가 격앙된 표정으로 말했다.

“신라와 화친하자는 말은 신라에 투항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비사벌국(창령)과 탁순국(창원)이 그러했고 남가라국이 또한 그러하지 않았사옵니까. 화친을 했던 그 나라들의 결과는 바로 투항이 아니었사옵니까. 화친은 곧 나라를 가져가 받치자는 것임을 통촉하시옵소서.”

상수위가 말을 거들었다.

“상수위는 말을 삼가시오. 남부여와 화친의 결과가 무엇이었소? 천 명이나 되는 군병들을 죽음 판에 몰아넣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남부여(백제)의 꽁무니나 따라다니겠다는 그 말이오?”

비조지는 빈정대듯 말했다.

“뭐라고? 입이 째졌다고 어디 말을 함부로 하며 억지를 쓰는 거요. 전쟁에서 군병을 잃고 싶어 잃는 사람이 대체 어딨소? 다 이겨놓은 전쟁을 김무력의 복병 때문에 졌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오?”

상수위가 손으로 마룻바닥을 치며 얼굴을 붉혔다.

“이 나라의 군병들이 왜 남부여를 위한 전쟁에 나가서 죽어야 했는가, 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의 군병들이 더 이상 명분 없는 전쟁에 화살 받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뜻에서 말씀 드리는 것이오이다.”

“불가피한 상황이었지 않소. 동맹국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잖소. 아라국이나 가라국(대가야, 고령)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군병을 내보냈던 것도 다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지 않았소이까. 전하께서도 될 수 있으면 군병을 파병하지 않으려고 밤잠을 설치시며 얼마나 노심초사하시었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오?”

상수위가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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