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2)
115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6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수라니 국왕은 굳게 의지를 다지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나 이미 의견이 갈린 대신들과 군장들 사이에 깊어진 골을 메우기다 어려웠다. 그들은 정전에 들어와서도 사사건건 대립하고 사소한 일에도 말싸움을 벌였다. 진파라의 뒤를 이어 새로 하한기의 자리에 오른 비조지가 신라와의 친화를 강력하게 주장함으로써 의견 대립이 심화되었다.

비조지는 오래 동안 공태산성의 성주를 맡아 여러 군장을 거느리면서 자기를 따르는 많은 군병을 거느리게 되었다. 진수라니가 비조지를 하한기로 임명한 것도 그를 따르는 많은 군장들을 잘 아울러 군사력을 강화하여 나라의 방비 태세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진수라니의 예상은 빗나갔다. 하한기의 자리에 오른 비조지는 날이 갈수록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다. 따라서 그 동안 기존의 상수위와 이수위를 중심으로 나라의 일을 맡아왔던 사람들과 마찰을 빗게 되었다. 그러한 의견의 대립은 전 진파라 사건이 있고난 뒤 노골화되었다.

산성을 새로 쌓는 일도 그의 반대에 부딪쳤다.

“지금 성을 새로 쌓아서 무엇 하겠소?”

그의 반대로 새로 성을 쌓는 일은 진척이 느렸을 뿐만 아니라 성을 쌓는 사람들의 의욕도 떨어졌다.

“전하, 신라의 병력이 막강한데 지금 성을 더 쌓아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그는 어전에서 회의가 있는 날 성을 쌓는 것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진수라니왕이 반문 했다.

“전하, 신라의 병력은 성으로는 막을 수 없사옵니다.”

그는 정전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왕을 쳐다보았다.

“신라의 병력은 성으로 막을 수 없다면 무엇으로 막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들의 병력이 성으로는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는 뜻이옵니다.”

“그들의 병력이 막강하다고 그냥 손을 놓고 있자는 말인가? 하한기의 말이야 말로 참으로 괴이하지 않는가.”

왕의 음성에 노기가 어렸다.

“신라는 막아내려고 한다고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신라를 받아들여야 하옵니다.”

비조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라고, 신라를 받아들이라고?”

“그러하옵니다, 전하. 이제 신라와 화친하셔야 하옵니다.”

“그대는 일전에 나를 찾아왔다 불귀의 객이 된 전(前) 하한기 진파라란 놈의 혼령이라도 씐 듯 어떻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느냐?”

“그러 하옵니다, 전하. 진파라 하한기의 말을 받아 들이셔야 했습니다. 그를 죽여 신라에 돌려보내지 않음으로 해서 신라와의 관계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과인이 그를 죽인 것은 과인의 뜻이 아니라 이 나라의 뜻이라 하지 않았느냐.”

진수라니왕이 그를 노려보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