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1)
114회-11. 사랑은 언젠가 이별이다(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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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군이 와서 우리를 죽일 것이다. 신라에 투항한 왕의 동생이 화친하자는 신라의 뜻을 받들어 왔는데, 왕이 거절하고 동생을 죽여, 돌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신라군이 곧 쳐들어와서 왕을 죽이고 우리 모두를 죽이게 될 것이다.

성 밖에는 이러한 소문이 파다했다. 사람들은 둘만 모여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입에 침을 튀겼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그 소문들이 더 커져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새로 임명된 하한기도 그런 소문을 들었고 상수위, 이수위도 다 그런 소문을 들었다. 마침내 그 소문은 진수라니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진수라니국왕은 진노했지만 그 발설자를 찾을 수 없었다. 친백제계의 신료들은 그런 소문의 발설자가 친신라계 신료 중에 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가 그런 소문을 처음으로 퍼뜨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소문이 여러 곳의 산성에까지 퍼져 군병들 사이에도 이러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었다. 일부 군병들은 신라군의 잔혹함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며 전쟁을 두려워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전쟁이 났을 시 달아날 궁리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수위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았을 때 진수라니 국왕은 앞이 캄캄하였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한때 가야 제국 중에서 가장 용맹한 군병으로 알려졌던 병사들이 이렇게 오합지졸로 변해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각 산성과 궁성에 배치되어 있는 다라국의 군병들은 강철 군병이란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런 강한 군병을 만들기 위해서 부여되어졌던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규율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활쏘기와 검술, 투창과 투석, 그리고 기마훈련, 공성훈련, 기초훈련에 이르기까지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고 병력은 상수위의 책임 하에 관리 되었다.

진수라니 국왕은 가끔 상수위 이하 신료들을 대동하고 군병들의 훈련과정을 둘러보곤 했다.

“2백년 찬란한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오직 강인한 체력, 그리고 강한 훈련 전쟁 연습 밖에 없다. 투창을 훈련할 때도, 말 타기를 훈련할 때도 다리에 쇳덩이를 달고 하라. 체력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적에게 지고 만다. 전쟁은 피다. 우리가 훈련 과정에 피를 흘리지 않으면 전쟁에서 피를 흘리고 죽게 된다.”

진수라니왕은 금빛 찬란히 환두대도를 높이 쳐들고 군병들 앞에서 외쳤다

“어떤 지형적 난관을 피하려 하지 말라. 정면으로 맞서라. 어떤 장애도 뚫고 나아가라. 산이 있으면 산을 넘고, 강이 있으면 강을 건너서 가라!”

왕은 그리고는 스스로 강인한 체력과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숯불이 벌겋게 핀 불화로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여유롭게 손을 빼내었다.

그때면 숨죽이며 지켜보던 군장과 군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용맹하던 군병들이 용기를 잃고 달아날 궁리나 한다니, 진수라니는 가슴이 답답하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제 모든 것을 새롭게 다잡는 수밖에 없다. 새로 나라를 세우는 심정으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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