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바닥은 불안, 행정은 줄다리기
태화강 바닥은 불안, 행정은 줄다리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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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담당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다른 데로 문의해보시죠.”

취재를 하다 보면 흔히 듣는 말이다. 업무 영역을 칼같이 나눈 행정에 경악할 때도 있다. 같은 일인데도 시행은 여기, 관리는 저기, 뒷수습은 또 다른 곳에서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취재를 하면서 전화가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번씩 돌아가곤 하는데 마음 굳게 먹고 참아도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태화강 하구 정비를 두고 울산시와 남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처음 태화강 하구에 배가 가라앉아 있다고 지적한지 두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면서 인양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헌데 이번에는 어디서부터 이어진 건지도 모르는 배관까지 발견됐다. 이만하면 울산시든 남구든 태화강 바닥 좀 파보자고 나서야 할 때다.

그런데도 울산시는 “태화강 하구에 어업을 허가해준 남구청이 책임져라”는 식이고 남구청은 억울하다며 울산시에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남구 내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상레저계류장 담당 부서는 안전조치로 방치된 배에 깃발 몇개를 더 꼽겠다고 밝혔다. 배 가라앉은 위치가 바지락 조업선이 정박한 곳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조치는 다른 부서의 업무 영역이라는 게 이유였다. 다시 말하면 안전조치 방법을 두고 해당 부서들이 서로 협의 한번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부서들끼리도 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경직돼 있었다. 억대의 비용 때문에 배를 인양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면서도 깃발 몇개 더 꼽는 게 안전조치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정부 3.0에서는 ‘소통’을 강조했다. 업무의 벽을 허물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린 그동안 서류상으로만 ‘소통’을 부르짖었던 모양이다.

울산시가 할거냐, 남구가 할거냐를 두고 책임을 떠미는 동안 태화강 아래는 낡은 배와 배관이 썩어가고 있다. 물밑에 또 어떤 구조물이 숨어있을지,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 위험물이 시민들의 안전을 덮치는 순간까지도 우리 행정이 책임 공방을 벌일까 두렵다.

<주성미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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