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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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한국의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급격한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그만큼 더 경쟁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첫 세대라는 점에서 ‘낀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 현대사에서 많은 공헌을 했다. 더러는 좋지 않은 유산도 남겨놓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많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기운도 넘친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을 자꾸 밀어내고 있다. 벌써부터 경제적 어려움, 은퇴 공포, 노후 불안, 소속감 상실 등으로 이들은 고통 받기 시작했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생계형 창업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은 노후대책이 부실해 은퇴자 4명 중 3명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 정도다. 그런데 창업한 지 3년 만에 절반이 실패하고, 5년이면 3분의 2가 폐업한다니 문제가 심각하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준비에 대한 조사를 했더니 75%가 ‘은퇴준비를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자녀교육비와 생활비 과다’가 59.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소득에 대한 관리부족과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부족’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은퇴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바쁘게 살다보니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기엔 삶이 너무 빠듯했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은퇴는 향후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베이비부머의 할 일이 완전히 끝났다고 허탈해 할 수는 없다. 눈부신 오늘을 이끌어 온 이들이 인생 2막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다. 바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가 지금 필요한 것이다.

다시 현역으로 살기 위해서는 젊었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취미가 생업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취미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공부함으로써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공부해서 일하고, 은퇴 후 다시 공부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순환적 인생의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80년 재선에 실패해 백악관을 떠날 때 불과 56세였다. 워낙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른 퇴진이었다. 고향 플레인스의 농장은 관리 부실로 100만 달러가 넘는 빚까지 지고 있었다. 쉽게 잊히지 않는 과거의 존재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한동안 그는 열패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툴툴 털고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목공일의 특기를 살려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을 전개했고, 등산에 취미를 붙여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에도 올랐다. 집안 정리, 오디오북 만들기 등 노후에 시도해 볼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자신의 저서 ‘나이 드는 것의 미덕’에서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 조사의 결과가 흥미롭다. 은퇴한 남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요리 잘하는 남편’, ‘건강한 남편’, ‘싹싹한 남편’, 그리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도 아닌, 바로 ‘집에 없는 남편’이었다고 한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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