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대책, 점검이 필요하다
에볼라 대책, 점검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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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50% 가까이 이른다는 보도로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에볼라 보도가 처음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긴 했지만 에볼라는 환자의 체액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자와 신체적인 접촉만 하지 않는다면 되겠거니 생각해 지금처럼 불안해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도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에볼라 퇴치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의료진을 파견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 보도에 접하면서 필자가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던 2003 ~2004년 당시의 ‘사스’가 떠올랐다.

당시 홍콩에서 시작돼 중국 등으로 확산됐던 ‘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됐기 때문에 전염력과 전파 속도 등이 에볼라보다 훨씬 빨랐다. 또 사망률이 11% 정도로, 50%에 이르는 에볼라보다는 치사율이 낮았지만 초기 감염된 환자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우리나라와 교류가 빈번한 이웃나라에서 발병했기 때문에 그 공포감은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지금의 에볼라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정확한 진단 방법도 없어 일단 유행지역을 여행한 병력과 발열, 호흡기 증상만 있으면 일단 의심환자로 판정해 격리시키는 게 방역대책이었다. 당시에는 방호복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마스크만 쓰고 보건소를 찾는 환자를 진료했는데, 대부분의 환자는 유행지역을 여행한 적이 없으면서도 막연한 공포심에 질려 기침만 해도 보건소를 찾았다.

어느 날 유행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지 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발열과 호흡기 이상 증상을 보여 보건소를 찾아왔다. 일단 지침대로 의심환자로 진단하고 환자를 격리시키기 위해 지역의 한 민간병원에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절대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제대로 된 격리병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사스 의심환자가 자기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모든 환자가 다 퇴원할 것이고 했다. 할 수 없이 부산대학교병원에 연락을 취해 환자를 부산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유관기관의 협조로 2시간을 엠브란스 안에서 대기한 끝에 겨우 입원시키기는 했지만 당시의 황당한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 플루의 유행을 큰 문제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국가적인 대처가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바이러스들이 추위에 약하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전염력과 치사율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실망스러운 것은 국가적 패닉 상황에까지 이르렀던 관심이 위기가 지나자 급격히 식어버려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다는 사실이다.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려면 격리병상 수준 정도가 아니라 일반인을 통제하는 격리건물과 의료진소독을 위한 에어커튼, 에어샤워, 보호장구류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지정 시설 17개 병원 가운데 그런 병원은 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만약 앞으로 직접 접촉에 의한 전염이 아니면서도 에볼라 바이러스 정도의 치사율을 가진 신종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 이런 정도의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극복해내기가 어렵다.

지금은 에볼라의 위험을 극복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긴 다음에는 어떠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만큼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 예방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순호 울산과학대 물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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