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용(無用之用)
무용지용(無用之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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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쓸모가 없는 것에도 쓸모가 있는 면이 있다’는 뜻으로 장자(莊子)의 산목편(山木篇)과 인간세편(人間世篇)에 전하는 말이다. 어느 날 장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길을 가다가 유독 나뭇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나무꾼 한사람이 나무주변을 둘러보더니 나무를 베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다. 장자는 그 나무꾼에게 까닭을 묻자 나무꾼은 “옹이가 너무 많아 재목으로는 쓸모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천수를 다 누리게 되었다”라고 일러 주었다.

그 뒤 산을 내려온 일행은 장자 친구 집에서 하루 밤을 유숙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오랜만에 찾아온 장자 일행을 반가이 맞이하면서 동자를 시켜 자신이 기르고 있는 기러기 한 마리를 잡아 올리도록 했다.

동자가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잘 울고 한 마리는 울지 못하는데 어느 것을 잡을 까요”라고 여쭈자 “잘 울지 못하는 놈을 잡도록 해라”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한 제자가 장자에게 “선생님 어제 산속에서의 나무는 재목이 못되어 천수를 누리고, 이 댁의 기러기는 재목이 못되어도 죽음을 당했습니다. 선생님께선 어느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했다. 이에 장자는 “나는 재목이 되는 것과 못되는 것의 중간 것을 택하겠다”라고 대답했다.

그 후 장자는 인간세편에서 “산의 나무는 그 쓰임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고, 기름등불은 그 빛이 밝기 때문에 스스로를 태운다. 개수나무는 향이 많아 베어지고, 옻나무는 칠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베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쓸모가 있는 것만 쓸 줄 알지 쓸모가 없는 것에도 쓰임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라고 했다. 이는 ‘세상에는 쓸모가 있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비록 쓸모가 없는 것에도 반드시 쓰일 면이 있다’는 뜻이다.

얼마전 모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마치 노인들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발언을 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아무 곳에도 쓸모가 없는 것을 일러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고 한다. ‘여름 난로나 겨울 부채’는 재고품으로 좁은 창고에선 천덕꾸러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장자의 생각과 같이 넓게 보면 여름 난로도 젖은 물품을 말리는데 쓰임이 있고, 겨울 부채라 할지라도 불을 지피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막중대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그 같이 경솔한 막말을 한 것은 노인층은 물론 세인의 지탄을 받을 만하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사회의 노인복지 문제와도 연관성이 있다. 정부는 2004년 노인복지법개정을 시작으로 노인고용촉진법, 노인 장기요양보험법 등을 만들어 노인 복지의 기본적 틀을 갖춰 놨다. 그러나 그 시행은 아직도 빈곤해결과 편의제공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노인들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늙고 젊은 것은 밥그릇 숫자로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젊어도 희망과 용기가 없으면 늙은 것이고, 늙고서도 희망과 열정이 살아 있으면 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듯 어느 저명한 학자는 기고문에서 “젊은이의 혼에 불을 지르는 노인이 있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이땅의 노인들로 하여금 권위와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그들이 값진 지식과 경험으로 우리 사회의 극단적 갈등을 융화시키는데 참여토록하고, 떨어지는 낙엽이 거름이 되는 마음으로 침체되고 나약해진 우리 젊은이들의 혼에 희망과 용기의 불을 지필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한층 밝게 다가올 것이 틀림없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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