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 인기만점 ‘가위손’
어르신에 인기만점 ‘가위손’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4.10.2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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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울산양로원 이발봉사하며 말동무도
     
 

“항상 하던 일 장소만 옮겨서 하는 건데요. 봉사라고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별 것 아닌걸요.”

울산 중구 다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택(47)씨.

김씨는 매달 셋째주 수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울주군 두동면 울산양로원에 나타난다. 2009년부터 5년째 매달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 그를 울산양로원 사람들은 ‘사랑의 가위손’이라고 부른다.

김씨는 양로원 어르신들에게 인기만점이다. 미용봉사를 오는 다른 봉사자들을 마다하고 김씨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있다.

어르신들이 김씨를 기다리는 이유는 그의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머리를 손질하면서 어르신들의 사소한 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기울여 들어주며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5년째가 되면서 김씨는 이제 어르신들 개인사까지 줄줄 왼다.

‘김씨 할아버지 고향은 경남 어느 시골마을이고 정씨 할머니는 젊었을 때 도시에서 장사를 하셨고…’

김씨는 “어르신들의 사소한 일상을 알려고 한 게 아니라 머리손질을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됐고 그게 편해서인지 어르신들이 나를 더 기다리는 것 같다”면서 “아버지, 어머니 같은 어르신들과 만나는 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5년 전 처음 양로원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반나절 미용실 문을 닫고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일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 시작은 어려웠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돼서 어르신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울산양로원 직원들은 “양로원 안에 이·미용 전담 직원이 없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나가야 하고 손질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르신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김진택씨 덕분에 우리 어르신들이 돈을 들이지 않고 편하게 머리를 자를 수 있어 모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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