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장애물 이어달리기’를 하던 기국이는 그 날도 친구들보다 한참 뒤처져 뛰고 있었다. 그런데 기국이보다 훨씬 앞서서 달리던 친구들이 갑자기 멈춰 서서 뒤처진 기국이를 기다렸다 그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나 홀로 1등’보다 ‘다함께 1등’을 택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친구들의 손을 잡고 있는 기국이는 친구들이 고마워 울고 있고, 기국이와 손을 잡고 있는 친구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웠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1등만을 최고로 대우하는 우리 사회에서 뒤쳐진 친구를 위해 함께 손잡고 달려가는 이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속 좁은 소견과 탐욕과 무관심을 깨우치는 ‘죽비’와도 같은 따끔한 가르침이 아닐까. 어쩌면 OECD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고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복지가 미약하면서도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을 깨우치기 위해 보내는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국회 교육문광위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6곳에서 건네받아 분석한 ‘2010년 1월~2014년 9월 현재 초·중·고 자살 현황‘을 보면 우리니라 초·중·고 학생들이 약 2.74일에 한명꼴로 자살을 해 지난달 28일까지 총 6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였지만, 학생들의 ‘우울증’과 ‘성적’ 혹은 ‘진로문제’에 대한 원인도 높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 채 ‘공부’라는 틀에 갇혀 경주마처럼 가리개를 쓰고 채찍질만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문제다. 함께 손잡고 웃으며 결승선으로 달려가는 기국이와 친구들의 모습은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우리사회를 반성케 하는 소중한 거울과 같다.
기국이가 다니는 학교는 학생 260명 정도의 작은 학교이지만 지난 2011년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혁신학교이다. 이번 운동회도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기획하여 마치 마을잔치처럼 이루어졌다고 한다. 혁신학교의 교육활동 덕분에 기국이와 그 친구들이 더욱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울산에는 단 한 곳의 혁신학교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아쉬워 절로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김용진 화암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