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회-8. 사비성에 뜬 달(8)
89회-8. 사비성에 뜬 달(8)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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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인이 아라국의 왜신관에 와 있는 관리들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보낸 사신이 돌아왔소이다. 그래서 가야 연맹의 여러 나라와 상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였소이다. 여러 한기들께서 멀고 험한 길을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소이다.”

성왕은 참석자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과인이 왜국에 사신을 보내 아라국의 왜신관에 와 있으면서 지나치게 아라국을 옹호하면서 사사건건 과인의 정책에 반대하는 왜관리인 가후치노아타히와 아나사, 그리고 마도 등의 추방을 건의하였지만, 왜왕은 과인의 요구를 다시 거절하였소. 일본에서도 여러 번 왕이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소. 과인의 선고 무령 상왕의 친동생으로 나의 숙부인 게이타이(繼體)왕 이후에 안칸(安閑)왕과 센카(宣化)왕, 그리고 지금의 긴메이(欽明)왕 이렇게 바뀌지 않았소. 아직 보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는 긴메이왕이 아라국에 와 있는 자국 관리들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오.”

성왕은 다시 말을 멈추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탁순국이 신라에 투항하는 사태를 지켜보고도 왜신관의 관리들이 신라와 화친의 기미를 보인다는 것은 가야 연맹에 위해를 끼치는 단초가 될 것이며 연맹 모두에게 화가 되어 돌아올 것이오. 그래서 과인이 편향된 자세를 가지고 있는 왜 관리들을 추방하려 한 것이오. 이러한 일들은 모두가 호전적인 신라에 의해서 무너진 가야연맹을 복원시키려는 과인의 바람에서 이루어진 일이란 것을 여러 한기들께서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오.”

성왕의 음성은 부드럽고 말은 유화적으로 들렸다.

“전하, 이곳 사비에서 몇 해 전 처음 회의가 열리기 전에 가라와 아라국이 신라에 먼저 회의를 요청하였으나 신라는 우리의 제의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래서 전하께 회의를 요청하여 이곳에서 회의가 열리지 않았사옵니까. 그때도 우리가 요구하였던 것은 가야연맹의 자주성의 보장과 전하의 나라와 화친함으로써 생기게 될 신라의 침공을 막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어떻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겠사옵니까.”

가라국의 한기가 성왕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가야연맹에 대한 자주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아라에서 친신라적 행동을 일삼는 왜사신들을 추방하자는 것이 아니오.”

성왕은 여유롭게 말을 받았다. 성왕의 말은 그의 명성만큼이나 군왕으로서의 품위와 인간적인 면모가 동시에 느껴졌다.

“하지만 전하의 병력이 영내에 주둔함으로써 가야 여러 나라에서 국가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 아라국이 아니겠사옵니까. 우리 아라국의 자율성 회복이 곧 가야 제국의 자율성 회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되옵니다. 부디 통촉하시기 바라옵니다.”

아라의 한기는 보다 더 직접적으로 본국의 문제를 제기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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