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의 고독한 퍼레이드
어둠 속에서의 고독한 퍼레이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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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용문화제에서 추진위원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거리 퍼레이드는 아쉽게도 어둠속의 한적한 구간을 지나며 진행돼 축제의 백미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중구 동헌에서 출발한 헌강왕 행렬이 시계탑 네거리에서 울산교 사거리까지의 밝은 번화가를 지날 때만 해도 행렬을 관람하는 인파가 있었다. 시민들은 행렬을 보기 위해 행렬 주위로 몰렸고 연기자들도 신명나게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행렬은 강북로로 접어들면서 곧바로 어둠에 묻혔다. 거리에는 가로등도 없었고 통행인마저 적어 연기자들도 맥이 풀렸다.

거리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헌강왕과 처용의 만남 퍼포먼스’도 빛을 잃었다.

퍼포먼스가 열린 번영교 위에는 취재진과 행사관계자들만 분주했다. 추진위가 헬리캠까지 동원해 촬영한 항공사진도 보도에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어둠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만난 헌강왕과 처용이 함께 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폐막식장까지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행렬이 흐트러지기까지 했다. 남구문화원 사거리에서 차선을 바꿔야 하는 행렬은 교통신호에 따라 정체와 진행을 반복하면서 대열은 단절되고 산만해진 것이다.

추진위는 처용문화제의 축제성을 높이기 위해 거리퍼레이드를 4년 만에 부활시켰다. 퍼레이드는 시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대와 노선 선정에서 결정적인 허점을 보여 퍼레이드 행렬은 어둠 속에서 고독한 행진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퍼레이드의 연출은 최현묵 예술감독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예산부족 탓이다. 울산시민으로서는 이렇게 나서 준 최 감독이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퍼레이드는 기획단계에서 실패했다.

애써 준비한 의상과 분장은 조명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어두운 거리에서 무용지물이었다. 행렬진행 구간 가운데 조명시설은 유일하게 폐막식장 직전에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는 관람대까지 마련됐다. 관람대에서는 내빈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지나는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강귀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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