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간식 ‘단팥죽’
찬바람 솔솔~ 달콤하게 녹여볼까
추억의 간식 ‘단팥죽’
찬바람 솔솔~ 달콤하게 녹여볼까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4.10.05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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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 ‘구빙담’… 국내산 팥 직접 삶아 정성 듬뿍, 10월~5월 가을·겨울 한정판매
▲ 구빙담 단팥죽.

계절을 속이지는 못하는지 달력 한장이 넘어가자 날씨가 급변했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에 저절로 옷을 여미게 된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따뜻한 음식이 생각난다. 지난달 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찾았지만 아직 시즌이 아니라 퇴짜를 맞았던 단팥죽이 생각났다.

중구 문화의거리. 카페와 갤러리들이 줄을 지어 있는 이 곳에 카페 ‘구빙담’이 있다.

이 카페 입구에는 ‘핸드드립커피&로스팅 구빙담’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 곳 인기 메뉴는 의외로 커피가 아니다. 사실 커피 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커피보다 사이드 메뉴인 팥빙수와 단팥죽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이 메뉴를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사장님의 말이다.

고운 얼음 위에 직접 삶은 팥을 한가득 올려주는 정통 팥빙수는 일년 내내 맛 볼 수 있지만 단팥죽은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만 한정 판매한다.

구빙담 문화의거리점 박종성 사장은 “팥빙수, 단팥죽 팥이 똑같아 보이지만 삶는 방법도. 보관 방법도 달라서 단팥죽은 가을, 겨울 시즌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손님 중에 ‘단팥죽은 많이 달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요즘 시중에 파는 단팥죽이 단 맛이 많이 첨가돼 그런지 그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시더라구요.”

구빙담의 단팥죽은 강한 단맛은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단맛이라고나 할까. 나이를 먹어갈수록 단맛이 싫어지는지 어르신들은 단팥죽보다는 팥죽을 즐겨 먹는다. 하지만 구빙담 단팥죽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좋아한다.

팥의 구수한 맛부터 달콤함, 부드러움까지 더해져 죽이 스르륵 목을 타고 넘어간다.

맛도 맛이지만 예쁜 그릇에 담겨 손님 탁자에 올려진 모습은 미각을 더욱 자극한다. 두 그릇을 시켰더니 파란색, 흰색 대접에 각각 담겨 나왔다. 흰색 찰떡 대여섯개가 올려져 있고 그 위에 계피가루를 뿌렸다.

은은한 계피 향에 군침이 ‘꿀꺽’하고 넘어간다.

▲ 구빙담 문화의거리점은 인상좋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카페 곳곳 벽면을 장식한 찻잔들이 인상적이다.

젊은이들은 단팥죽이 나오면 일단 사진부터 찍고 어르신들은 숟가락을 먼저 든다.

이 집의 팥은 강원도 양양에서 공수한다. 양양농협에서 직구매해 믿을만하다. 팥도 직접 삶는다.

단팥죽을 깨끗하게 비우고 “잘 먹었습니다”하고 나오는데 ‘구빙담’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물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답변 대신 “읽어보시면 더 잘 아실 수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종이 한장을 보여주신다.

구빙담. 해발 343m 무학산(울산 울주군 범서읍 망성리)이 솟아 있는 사일마을에 터 잡은 곳, 1700년대 중반 엄동설한에 앓아 누운 어머니에게 못에서 나온 잉어를 구해 먹게 하면서 몸을 낫게 해 붙여진 연못의 이름이란다.

지금 이 곳에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 곳에서 팥도 삶고 쿠키도 만들고 있다고.

구빙담은 문화의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척들이 울산 곳곳에서 간판을 걸고 정직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구영리, 달동, 울산대, 신정동, 언양성당점 등 6개의 구빙담에서 똑같은 맛을 볼 수 있다.

특히 문화의거리 구빙담은 인근 갤러리들과 발맞춰 입구부터 갤러리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입구 벽면 가득 찻잔들이 꽉 채워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안쪽 창문 밖으로는 보기 싫은 옛 담장을 꾸며 나무로 만든 새들을 올려둬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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