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보다 먼저 예의를 알자
편리함보다 먼저 예의를 알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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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마트폰으로 바꾸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마치 북에서 온 사람대접을 받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물론 더 큰 이유는 어찌 일반휴대폰을 사용하는 줄 아는지 날마다 다섯 통 이상의 전화가 와서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하는 끈질긴 전화에 항복을 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자수가 4천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와 통화 할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즉시 인터넷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너무 편리한 것이 오히려 사람들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람의 뇌 세포를 감소시키게 된다. 결국 우리가 기억해야 할 모든 것은 머리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정보기술(IT)기기의 중독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집에서는 스마트폰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기기의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규 교육과목으로 개설하여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야 함을 알지만 그 교육은 쉽지가 않다.

과학의 발달은 우리들에게 편리함은 주었지만 그 편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은 찾기가 어렵다. 각자가 알아서 찾아야만 한다. 편리함이 주는 그 달콤함은 또 다른 큰 문제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에게 휴대폰은 그냥 전화를 하고, 받고, 메시지를 보내는 그런 용도만으로 충분했지만 연락을 하려는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빨리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바꾸자마자 그들이 만든 밴드(BAND)에 가입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스마트폰에는 여러 가지 용도가 많았지만 내가 사용하는 것은 일반휴대폰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카카오톡의 잡음과 수시로 날아오는 ‘애니팡’이란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도 일이었다.

애니팡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넘어간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 친구가 뭐 이런 게임을 하고 있나?’한다. 답장을 하지 않아 섭섭해 할지는 모르지만 내가 도와주는 것은 기껏해야 그가 게임 중독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니 카카오톡이 있어서 친구들과 연락은 편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도 많다.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은 누구에게 보내는 줄은 알지만 받는 이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누군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답장을 하지 않으면 “싫으면 말고”란 메시지를 남기고 간다. 카톡 감옥의 시작이다. 최소한의 예의(禮儀)가 있는 이라면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먼저 밝히는 것이 도리이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으로 지켜야 할 예의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최근 한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봉대 형, 내가 동창 공유선이요. 학교 졸업한지가 27년이 지나니 기억이? 수형이가 전화번호를 주어서 연락드려요. 잘 지내시지요?” 정말 반가웠다. “그래, 오랜만이네. 잘 지내제” 라고 답장을 하자 바로 전화가 왔다. 그래서 우리는 잠깐이나 옛날로 돌아갈 수 있었다. 상대편이 나를 모를 것을 예상해 미리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을 하는 것,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울까?

아무리 좋고 편리한 기기라도 사용하는 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 기기는 흉악한 기계가 될 뿐이다.

“친구를 가지고 있을 것인가, 기계를 가지고 있을 것인가?”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더 이상 우리들이 휴대폰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봉대 울주옹기종기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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