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회-7. 배신과 응징(4)
76회-7. 배신과 응징(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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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라니왕과 상수위, 그리고 호위군장 능치기말이 성첩에 올라갔을 때 적들은 성 앞에까지 몰려와서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적은 깃발로 보아 고자국의 병졸들이옵니다.”

성주가 숨을 몰아쉬며 진수라니 앞으로 와서 상황을 보고했다.

“고자국이라니?”

진수라니는 놀랐다. 고자국의 병사들이라면 자신의 비(妃)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비의 동생이 왔단 말인가?’

진수라니는 머리가 복잡하게 얽혔다.

‘아비의 뒤를 이어 성주가 된 비의 동생이 석굴에 감금된 누나를 구하러왔다는 말이 아닌가?’

진수라니는 동생인 졸마국 졸야성 성주가 야철지를 습격한 것과 왕비의 동생인 고자국의 거루산성 성주가 무태산성을 공격한 것은 어떻게든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야철지가 습격당한 때와 마찬가지로 적들이 새벽을 노려 공격해왔다는 것은 이쪽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자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루한 대치 국면이 계속되었다. 낮 동안 적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다가 저녁 무렵에 다시 성을 공격해 왔다. 기병들이 다시 성문 앞으로 다가왔다.

“저 자가 누구인가?”

상수위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저놈이!”

성주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찢어 죽일 놈!”

왕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놀라움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필모구라였다. 왕이 즉위하면서 방면해 주었던 그가 적의 선두에 서 있었다. 애꾸눈의 필모구라는 말을 탄 채 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반란을 일으켜 궁성에 쳐들 온 그를 차마 죽일 수 없어 눈 하나를 빼고 살려두었는데, 그자가 석굴 옥에서 풀려나자마자 이번에 적의 무리에 가담하여 그 선봉에 서 있었다. “저놈이었구나. 이곳저곳을 오가며 말을 만들고 그들을 자극하여 우리를 공격하게 한 놈이 바로 저놈이었구나.”

진수라니왕은 필모구라를 죽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지난날 나라에 기여했던 공로를 생각해서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방면하여,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고 하였는데 그가 또다시 역도가 되어 적의 선봉에 서 있었다.

“저 놈이 언제 저리로 갔단 말인가?”

진수라니왕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몸이 아파 며칠을 집에서 쉬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사이에 다라를 벗어난 것 같아 보였다.

그놈이 석굴에 감금된 왕비의 정보를 가지고 비의 동생을 찾아가서 그를 자극하여 비를 구출하러 나서게 하고, 그리고는 다시 졸마국으로 가서 왕의 동생인 졸야산성 성주에게는 원한을 부추겨서 야철지를 습격하게 만들었을 것 같아 보였다.

“황우산성의 병력을 빼서 저들의 후방을 공격하게 하고, 때를 맞추어 성문을 열고 나가 저들을 공격하라.”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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