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태화강을 생태하천으로 바꿔놓겠다고 발표했을 때 시민들은 박수는 커녕 콧방귀를 뀌며 불가능하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외면했던 죽음의 강, 태화강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역하게 코를 찌르던 기름냄새가 사라졌고 ‘퐁당’거리며 물고기가 헤엄치는 생명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희미하게나마 자정능력을 되찾은 태화강은 아주 천천히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 태화강은 공업도시 울산의 삭막함을 달래고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화강은 생태복원의 전국적인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태화강은 ‘생태하천’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민선 5기의 공적, 치적(治積)으로 기록됐다.
헌데 울산시는 이제 겨우 생태하천으로의 첫걸음을 디딘 태화강을 등지려 한다. 김기현 시장이 박맹우 전 시장과의 선긋기에 나서면서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당연한 흐름이다. 전임 단체장의 업적을 키워줄 우둔한 신임 단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화강 생태복원 사업은 어느 한 사람의 공으로 기억되고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는 끊임없는 관심을 요구한다. 태화강이 진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노력보다 몇배 혹은 몇십배의 그것들이 필요하다. 작은 실수와 무관심은 강을 순식간에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우리에게 그 뼈저린 교훈을 주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말했다. “태화강은 울산 문화의 종착지다. 땅 위에서, 하늘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강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치적(治積·다스릴 치)을 나누려다 태화강에 부끄러움을 쌓는(恥積·부끄러울 치)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으리라 믿어본다.
<주성미 취재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