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회-7. 배신과 응징(1)
73회-7. 배신과 응징(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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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숨을 돌리고 상세한 전황을 말해 보아라.”

상수위 아사비는 어두운 표정으로 전황을 물었다.

“졸야산성 병사들이 망산성을 공격하여 성문을 파괴하였사옵니다.”

“성문을 파괴하였다니?”

상수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들은 성 앞에 공성탑을 쌓아 성을 공격하려다 아군이 활을 쏘아대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갔사옵니다. 그리고는 얼마 뒤 다시 돌아와서는 성문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상수위는 연락병의 느린 말이 답답한 듯 다그쳐 물었다.

“어디서 잡아온 사람들을 시켜 성문 아래 불을 지르게 했습니다.” “잡혀온 사람들이 손발이 묶여 있었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어디서 일을 하다가 잡혀온 사람들인 것 같았사옵니다.”

“그들에게 성문에 불을 붙이게 하였다고?”

상수위는 마치 혼자 말처럼 물었다.

“그 자들은 불을 불이는 전문가처럼 보였습니다. 그 단단한 문 앞에서 어떻게 하더니 성문에 불이 붙게 하였습니다.”

연락병은 아직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여 말이 고르지 않았다.

“그 놈들이 야철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잡아간 고로의 장인들을 우리의 성을 공격하는데 이용하였다는 말이 아닌가!”

상수위는 노여움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한 가지 있사옵니다.”

“이상한 일이라니?”

“적들은 성문을 불태우고는 정작 성내에 침입하지 않았습니다.”

“그야, 그들이 섣불리 성 안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그들이 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겠나?”

“그런 것은 꼭 아닌 것 같사옵니다. 성주의 말씀으로는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 성을 공격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목적이 아닌 것 같다고 하였사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로구나.”

상수위은 전령을 돌려보내고 혼자 여러 상황을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졸마국의 침입이 무모해 보였다. 졸마국이 다라국을 공격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가야 제국의 연맹의 결속이 약화된 이후에 서로 사소한 분쟁은 있어 왔지만 연맹국 끼리 전쟁을 벌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최근에 이르러 아라국을 중심으로 하는 몇 개국과 가라(대가야)를 중심으로 하는 남북 연맹으로 힘이 갈리어 서로 대립해 오긴 했지만, 서로 병사를 동원해 성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큰 분쟁은 없었다. 더구나 다라국 병사들의 용맹성과 군사력을 잘 알고 있을 졸마국에서 다라국을 공격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어쩌면 자멸행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을 감행했다는 것은 졸마국왕에 의해서 행해진 일이라기보다는 졸야산성 성주 개인의 짓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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