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10)
72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10)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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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강물이 줄면 옥전에서 생산된 구슬을 우마에 싣고 또 얼마는 등에 지고 구슬 고개를 넘어와서 이 적포에서 배에 싣고 나가기도 했다.

철정과 황금, 구슬을 구하러 오는 배들이 대부분이었고 철제창, 말갖춤세, 항아리, 말갑옷을 구입하러 오는 배들도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 통로를 이용했다. 그러나 신라가 비사벌국과 탁기탄국을 점령하고 낙동강 하류의 교통 요충지를 점령하고 나서는 이 통로가 신라에 의해서 차단되었다. 다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새로 개척한 교역로가 거창 함양 남원으로 가서 곡성 구례 하동으로 연결되는 수로를 따라 남해와 서해로 나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 길이 방해를 받는다면 참으로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진수라니왕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이와 같은 일이 이어진다면 다라국으로서는 답답한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졸마국의 소행이라면 병력을 출통해서라도 그를 저지할 수 있지만, 만약 이미 기문국을 손에 넣고 남쪽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남부여(백제)군의 소행이라면 앞으로의 문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이다.”

생각에 잠겨있던 왕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신도 그렇게 생각하옵니다. 졸마국의 소행이라면 얼마든지 우리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사오나, 만에 하나라도 이 지역에 진출한 남부여군의 소행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이 나지 않사옵니다.”

진파라 하한기는 고개를 떨구었다.

고개를 떨군 하한기의 모습이 마치 답답해진 다라국의 현실과 같게 느껴져서 진수라니왕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궁성 담 너머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또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에 또 사건이 벌어졌다. 졸마국 졸야산성 성주가 야로 야철지를 덮친 것은 새벽녘이었다. 기습 공격이었다. 밤새 제련과 단조 작업으로 고로 장인들과 단조 기술자들도 다들 지쳐 있었고 현장을 경비하는 병사들도 긴장을 놓고 있는 새벽을 이용해서 야철지를 덮쳤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야철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철광석을 녹이고 있던 고로가 파괴되고 철을 단조하던 기술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야철지를 짓밟고 단조 기술자를 납치해서 달아났다. 이 무리들은 졸마국 방향으로 돌아가다가 다라국의 제일 남서쪽에 있는 망산성을 공격했다.

망산성의 성주가 그들을 맞아 싸우면서 전령을 보내 그 사실을 상수위에게 알려왔다.

“졸마국 졸야산성 성주가 5백여 기의 기마병을 이끌고 망산성을 공격해왔사옵니다.”

상수위 앞에 엎드린 전령은 숨을 헐떡이며 사실을 고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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