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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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두 번째 광주를 다녀왔다. 지난 오월엔 ‘오월 광주’가 숨 막히게 보고 싶어서 달려갔고 다음 달엔 평소 존경하는 이생진 시인이 광주를 방문하신다는 소식이어서 갈참이다. 올해 여든 여섯이신 노시인은 나에게 항상 시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다.

특히 바다를 노래하는 노시인은 나의 바다와도 맞닿아 있어서 늘 그 가르침에 탄복하곤 한다.

내가 광주에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곳엔 시가 있는 모임이 매달 열린다.

광주에 살고 있는 곽성숙 시인이 지난 1월부터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마련하는 ‘모꼬지’모임이다. 지난 오월 초대시인으로 참석해 내가 감동을 받은 이유는 단 하나. 그 곳엔 폼 잡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고 시를 사랑하는, 문화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만 있었다.

‘문화’의 원 뜻은 ‘밭을 경작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척박한 땅을 갈아엎어 옥토를 만든다는 것이니 얼마나 숭고한 노동인가?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을 일컫는다. 형식과 격식이 없어도 얼마나 훌륭한 만남이 되는지 이 자리에서 확인했다.

오디와인을 직접 생산해서 판매까지 하는 정윤천 시인의 노래자락과 시는 감동이상이었고 인형극으로 아이들의 동심을 사로잡는 김미경씨의 그 청순함은 놀라움이었다.

모두 재능 나눔이다. 그 어떤 금전적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한없이 행복했던 것이다.

요즘 부쩍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모임이 눈에 많이 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도 상품이어서 사람들에게 잘 팔렸으면 한다. 하지만 상품이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그 값어치를 충실히 해야 한다. 값어치란 과연 무엇일까? 그 것의 가늠 척도는 문화는 장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장사치가 개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감동은 돈에 있지 않다.

문화기획자들에게 부탁을 드린다. 이벤트로 하지 말고 축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

쪽수에 연연하지 말고 모인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달라.

정부가 올해를 ‘문화 융성의 해’로 선포했고 이에 따른 각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했다. 문화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문화는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잊지말아야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 이것이 핵심이고 화두다. 내가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싣는 이유는 울산문화가 척박해서가 아니다. 광주에 울산을 심고 울산에 광주를 심고 싶어서이다.

그렇게 바이러스처럼 다양한 ‘문화 살림’을 퍼뜨리고 싶은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난 그 소박한 만남을 사랑한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작은 모임은 결국 바다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문화의 힘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문이란 결국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광주 모꼬지 행사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님은 곧 증명될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일구어가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 꼭 가보길 권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명제를 확인하시길….

가을도 점점 깊어갈 것이다. 멋진 나날들 속에 문화라는 아름다운 차 한잔 나누시길 바란다.

<이기철 인문학서재 몽돌 관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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