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또 다른 시작’
‘끝’과 ‘또 다른 시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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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20년도 더 지난 일이라면 이제 와서 찾은들 뭐합니까. 어차피 처벌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태화강의 흙을 파서 장사를 하던 배가 20년 넘도록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는 어민들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울산시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대답은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고 배는 용케도 그 동안 수면 아래 비밀스럽게 숨어 있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해버린 배를 버려둔 법적 책임의 기한은 아주 오래 전에 끝났다.

이 명확한 사실 앞에서도 그 배가 언제 무슨 사업을 하다가 왜 강바닥에 버려진 채 오랜 시간 방치됐는지에 대한 울산시의 설명은 필요하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시작과 끝을 구분 지으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나 출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이 드는 하루의 시간을 쪼갠다. 시간의 시작과 끝을 명료하게 나누려고 하는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어제는 늘 오늘에 영향을 주고 오늘은 다시 내일로 연쇄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태화강 아래 수십년동안 숨어있던 비밀은 과거의 끝과 다가올 미래의 시작을 함께 갖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처리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반성 없는 처리가 불러오는 결과는 늘 같았다. 찜찜한 끝은 헝클어진채 어려운 시작으로 되돌아왔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세월호 참사, 도심 싱크홀까지 ‘이 정도로만 마무리하면 뒤탈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처리한 일이 곪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떻게 터져 나오는지 충분히 지켜봤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태화강을 정비해온 울산시가 그동안 태화강 바닥에 배를 숨겨주는 데 일조하지 않았는지 진정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울산의 젖줄이자 생태의 강 태화강 아래 더 이상의 비밀은 없길 바란다.

<주성미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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