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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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냈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난다. 때마침 휴가기간에 맞추어 찾아온 태풍의 영향도 아니고 바빠서도 아니다. 그냥 가기 싫었다. 세월호의 아픔이 채 아물지 않은 채 가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값진 여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과 ‘명량’이라는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참된 권력은 섬김입니다. 교황은 모든 사람을, 특히 가난하고 미약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교황님 말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리더십 핵심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제대로 섬기는 데서 나온다. 더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섬김의 본보기를 몸소 보여주신 교황님의 모습에서 나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깊이 성찰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

진정한 의미를 지닌 온전한 섬김이 되기 위해서는 나눔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탐욕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것을 쪼개고 나누어 이웃의 부족을 채워줄 때 우리는 진정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우리들은 이제부터는 순간순간 이웃과 나누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작금의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섬김과 나눔의 리더십이다. 이웃을 섬기려면 자신을 낮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불타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올해 그것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영화 ‘명량’에서 였다. 일부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영화 내용을 통해 필자는 이순신 장군이 보인 리드십에서 섬김과 나눔을 보았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 오직 백성을 섬기는 마음으로 승부수를 들고 바다로 나간 거침없는 장군의 모습에 국민들은 갈채를 보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함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나약한 선조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고,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며 목숨을 던지고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구한 충성심에 감복했다.

선조실록을 보면 ‘이순신은 사람이 충성스럽고 용감한데다 재능과 지략이 있었으며, 규율을 세우면서도 군사들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따랐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과 같은 지혜와 용기, 그리고 덕성을 겸비한 지도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대부분 지위가 올라가고 지도자가 되면 더 많이 누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위직이 되면 누릴 것이 많아진다. 오라는 곳이 부지기수고 이야기를 청하는 곳도 많아진다.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아부를 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러나 지위가 높아지는 것의 참다운 의미는 섬겨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평범한 선량들을 잘 섬기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눔을 베풀 때, 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서로 주고받는 사회풍조가 정착되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여름이 스쳐가는 끝자락으로 한줄기 가을이 비집고 들어선다. 그 테두리에는 희망이 줄줄이 달려있다. 안에는 교황님의 애기 같은 온화한 미소와 명량 이순신 장군의 결의에 찬 비장한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서로 반목하고 헐뜯는 마음에서 벗어나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하루빨리 온 국민이 시름에서 벗어나 희망의 가을을 맞이하길 기도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 책임연구원·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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