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1)
63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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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 진수라니가 왕위를 올랐다. 부왕의 장례가 끝나고 열흘 만에 즉위식이 있었다.

멀리 방벽처럼 둘러싼 거산 준령들의 굽이쳐 흐르는 산줄기마다 가을 나뭇잎으로 온통 붉게 물든 상달 초이레 날 아침 궁성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서른 명의 궁중 대신들과 15여 개의 성주들과 각 군영의 지휘 군장들, 야철지의 철장, 궁중의 시종들이 도열해서 새로운 왕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기 진수라니가 이제 왕위를 물려받아 왕좌에 오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종들과 문무 대신들이 도열해 기다린 지 얼마 만에 새로 왕위에 오르는 진수라니가 나타났다. 호위대장이 먼저 앞을 서고 진수라니는 당당하고 화사한 표정으로 내전에서 나와 정전의 중앙에 마련된 왕좌 앞으로 걸어왔다. 뒤를 이어 선왕의 다섯 왕자들과 진수라니의 네 왕자가 뒤를 따라 나왔다. 진수라니왕이 왕좌에 앉자 그의 선왕의 다섯 왕자와 왕의 네 왕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자리가 비어 있는 왕비의 자리가 커 보였지만 새로 왕위에 오르는 진수라니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강건하고 위엄이 넘쳐 보였다. 이제 쉰을 갓 넘긴 왕은 패기로 넘쳐 보였다. 찬란한 황금으로 만든 왕관을 쓰고 금빛 찬란한 용봉 환두대도를 허리에 찬 왕의 당당한 위풍은 천하를 제압하고도 남을 듯 해보였다.

왕의 모습에 압도된 듯 도열해 있는 대신들과 성주들은 숨을 죽인 채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늘 과인은 선왕의 위업을 이어받아 이 나라의 군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이는 무릇 우리에게 땅을 내린 하늘의 뜻이며 또한 나라를 열어 주신 정견모주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라를 세운 지 2백여 년 이 땅에서의 화평과 유복을 누린 것은 오직 선왕들의 후덕이며 천지신의 조화 신통함이 어찌 아니겠는가.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이 나라가 있고 백성이 있을 진데 어이 천지신명, 정견모주의 그 위복의 음덕에 보은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하늘을 모시고 땅을 모시고 정견모주의 그 모성을 모시어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것이 과인의 일이란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수 천리 이 나라의 방벽을 내려주신 정견모주의 음덕과 천지지신의 위복에 보은하고 이 나라의 강토와 만백성의 주인으로 이 나라를 외침으로부터 막아내어 만세에 온건한 나라를 전해야 함이 과인이 해야 할 일이란 것을 어찌 한시라도 잊을 수 있겠는가. 또한 분명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오랜 (가야)연맹국이 외침을 받고, 이 나라의 모태였던 가락국(금관가야)마저 적의 말발굽에 밟히어, 5백년 그 찬란한 사직을 적의 수중에 넘겨주는 치욕의 역사를 우리는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지 않았는가. 이제 이 나라는 어떠한 외침도 막아내고 어떠한 적의 무리도 단숨에 물리칠 수 있는 강건한 나라를 만드는 과인의 책무를 한시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기필코 강력한 나라를 만들 것이다.”

진수라니의 말이 궁성을 울렸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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