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어린 선생님]‘아니, 이럴수가 있나?’ (2)
[열정어린 선생님]‘아니, 이럴수가 있나?’ (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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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황초등학교 이한열 교장선생님
‘오늘의 이한열 교장 선생님을 이끌어낸 어떤 계기가 있을 법도 한데? 진주교대 시절의 어떤 교수의 영향? 부모님의 강직한 어떤 성격?’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교장선생님, 조금도 기억을 더듬거나 주저하지 않고 ‘이 자, 도 자, 환 자’이신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시다고 한다.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지금은 돌아가셨다고 한다.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잘 입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며 꾀죄죄하게 겨우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이한열 학생의 어깨를 툭 치며, ‘이 어깨에 별을 달아야지. 장군감이야!’ 라는 격려 한 마디에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였었다. 지금의 일 벌레 교장선생님을 키우신 것이었다.

이런 일로 해서 이 교장의 학교 경영방침이 ‘어린이들 누구나 한 가지 장점은 있다. 그것을 찾아내어 격려해주고 키우도록 하자’고 교사들에게 당부한다. 어느 해인가, 전학을 가는 학생의 어머니가 손수 과자를 구어서 상자에 담아 교장실을 찾은 일이 있었다. 그 어머니 말, ‘지난 3년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우리 아이가 교육 받은 것이 너무 고마워서…’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담임선생님도 아니고 교장선생님에게 과자를 선물하다니….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의자에 앉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교장선생님, 내황초등학교 학생들의 학력신장의 열쇠이다. 사실 교사가 앞의 교탁 테이블에 앉아서 설명하면 뒤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잘 보이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진다. 학력 신장의 증거를 밝히기를 꺼려 하지만 놀랄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었다.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다. 당연히 교장선생님의 학교경영에 발목 잡는 교사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불편한 교사들은 원하는 학교로 이동하고, 뜻을 같이 하는 교사들, 내황초등학교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선생님들만 모이게 하였다. 지금 수업시간에 의자에 앉아 있는 교사는 한 사람도 없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교장선생님의 리더십은 학교개혁에 나타났다. 1989년에 개교한 이 학교가 학교주변 동네의 쓰레기 투기장소가 되었다. 거의 4년에 걸쳐 쓰레기를 치우고, 특별교실 하나 변변히 없었던 내황초등학교에 약 33억 원을 들여 지금의 학교로 만들었다. 올해에는 4억3천500만원이 들어간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하였다.

혁신 최우수상을 받은 ‘아금바리실’ 운영은 전국에서 약 1천여명의 교육계 인사들이 내황초등학교를 참관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아금바리실은 학습준비물 센터로서 학생들에게 학년 초에 지급한 학습용 자료구입 지원비 만원을 실제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경제교육의 실행이다. 이러한 교장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전근하실까봐 학부형들이 못가시게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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