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군 병영문화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군 병영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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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군대 가야 할 대학생 아들을 둔 부모로서 필자도 28사단 윤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군이 모색하고 있는 모병제 도입, 전방 후방 간 봉급 차별화, 복무기간 차별화 및 사병에 핸드폰 지급, 사건은폐 시 지휘관 강제전역조치 등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러한 미봉책만으로 구조적으로 병들어 있는 우리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스럽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반세기 이상 동안 정전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그 동안 병영문화에 대한 왈가왈부는 사실상 금기시 돼 왔다. 필자 또한 그런 문화 속에서 살았었기에 이제 이념적 편향성이나 정치적 계산법을 배제한 채 인문학적 관점에서 병영문화와 국가중심의 폭력 기억을 성찰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특히 민족국가의 경우 그 정체성과 역사적 실체 구성원의 역사의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전쟁에 대한 기억은 국가중심의 권위와 정당성을 제공하는 순기능을 하는 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무시하는 부정적 역할도 한다.

‘전쟁’은 국가가 행하는 행위이기에 정당하고 또 역사적으로 보편적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국가 수준의 전쟁은 전쟁과 국가에 대한 특정한 정치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전파하며, ‘국가’와 ‘민족’을 그 안에 포괄적으로 소속시켜 집단적 정체성과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국가단위의 전쟁 기억은 그 속의 인간 개개인의 고통과 희생을 상실한 채, 대부분 자국의 피해에 초점을 맞추며 ‘타인’에 대한 가해를 경시한다. 국가중심의 전쟁 기억에서 강요되는 요소들은 인위적인 이분법적 구분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자연스레 군대 내 병영문화로 스며들어 지금은 완전히 굳어져 있다. 아울러 ‘정복과 강인함’은 남성성으로 표현되는 반면에 ‘동정, 패배, 약함’ 같은 이미지들은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돼 남성중심의 폭력적 공격성이 주류를 이루는 병영문화가 또 다른 군대 내 폭력과 결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국가 중심의 역사인식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는 많은 사건들을 통해 경험했다. 따라서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사회현상’의 하나인 ‘전쟁’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대안모색은 물론이고, 분노나 적개심, 일방적인 찬미나 집단적 환희, 상명하복과 같은 권위적, 위계적, 수직적 인식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또 폭력 앞에서 비슷해지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함양하는 인간중심의 역사인식과 화해모색 그리고 전쟁에 대한 새로운 기억방식에 기반을 둔 병영문화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전쟁과 폭력적인 갈등상황은 물론이고 그 중심주체인 군대에서 조차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 소극적 주체, 주변부, 평화주의자, 관심병사 등 이름 없는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문제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기존의 전쟁인식, 역사인식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 주요 구성부분인 군대 내의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개량하자고 시도하면 그 자체에 분명한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빈틈없고 튼실한 국방력과 집단적 국가안보는 결국 그 구성원 개개인의 ‘인간안보’가 보장되고 개개인의 존엄성과 다양성, 그리고 개인의 인권이 존중 받는 병영문화가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이다.

<송진호 울산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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