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
그들에겐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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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나라를 방문 하신 프란체스코 교황님의 방문 기간 중 있었던 행보에 대한 뒷이야기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있습니다. 특히 약자들을 위한 교황님의 관심이 모든 종교인의 표상이 돼 우리나라 여러 종교인들에게 다양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겉으로는 하나님의 사랑, 부처님의 자비를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자기 종교만의 집단이기를 위한 행동이 우선이고 약자에게 보내는 시선 역시 온전한 사랑과 자비의 접근이 아닌 ‘세상에 보여 지는 이미지’를 위한 최소한의 겉치레 의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하는 위선에 대해 따끔한 충고가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나라를 떠나신 이후 보내온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교황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사람의 고통에 대해 중립이 있을 수 없습니다” 라고 하신 말씀은 우리사회가 가야할 방향성에 대한 지도이며 갈등을 치유하고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제시 하신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우리사회는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심각한 갈등의 문제를 안고 있고 이 갈등의 원인들을 통해 거의 매일 또 다른 갈등이 새로이 양산되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

더 이상 타협이 없는 정치와 자기중심의 이익에 기초한 사회집단들의 갈등과 최근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지역주의 그리고 불신으로 가득한 계층 간의 갈등까지 어느 것 하나 심각한 염려의 수준 아닌 것이 없는 지경입니다.

이번 교황님의 방한을 더 적극적으로 기다리고 환호한 데에는 우리 손으로는 해결 불가능 할 것 같은 이 갈등의 문제를 교황님께서 해결해 주셨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이 모두의 마음속에 있지 않았나 생각되어 집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감동으로 들끓게 했던 교황님은 가시고 공은 다시 우리 모두에게 넘겨졌습니다. 처음부터 문제 해결의 열쇠를 교황님이 가지신 것은 아니었지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결자해지의 문제였습니다.

아직도 세월호의 아픔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던 모든 국민의 약속은 어느 새 경제 회복이라는 단어에 묻혀가고 귀찮은 남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40여일 넘게 곡기를 끊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는 절규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연민도 책임도 없이 그저 지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악독함이 우리 정치인들 속에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친 몸으로 150일 넘게 전국을 헤매며 호소하고 우리를 만나달라고 밤을 새워 문 앞에서 울부짖어도 문 한번 열어주지 않는 야박함을 지닌 사람들에게 우리 국민의 미래를 맡긴 건 아닌지 두렵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들어줘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손을 잡고 위로해야 합니다. 누군가라도 그들의 피맺혀 있는 울음을 그칠 수 있도록 달래주고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 줘야 합니다.

그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그 누군가가 바로 우리여야 하고 우리 정치인이어야 하고 우리나라 지도자 여야 합니다.

교황님이 잡아주셨던 그들의 손을 다시 잡아줄 따뜻한 손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교황님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교황의 사랑을, 예수의 사랑을, 부처님의 사랑을 그들에게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잊지 않겠다던 우리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다시 이 아픔이 우리에게 있지 않기를 염원해야 합니다.

<만초스님 해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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