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들의 현장실습
교육위원들의 현장실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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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 교육위원들에겐 ‘여름철 비회기’란 말이 안 통한다. 다른 상임위원들보다 훨씬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교육청 학교시설단의 납품비리 사건이 비회기 중에 불거진 일도 바빠진 이유의 하나다. 일선학교의 급식사고까지 그 와중에 터졌으니 일복을 타고난 것일까.

교육위원회(위원장 강대길)는 정원이 6명. 다른 3개 상임위원회보다 1명이 더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교육 비전문가’란 점에서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 때문인지 전문성을 기르려는 의지가 교육위원들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1일 4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가장 먼저 울주군 언양초등학교 이설공사 현장을 찾은 것도 그러한 열정의 산물이었다. 김종무, 배영규 위원이 이곳에서 ‘녹슨 철근’을 찾아낸 것도 현장 활동의 작지만 소중한 성과였다. 질의에 앞서 현장부터 먼저 살피는 문병원 위원, 자료부터 꼼꼼히 챙기는 최유경 위원의 극성스러운 사전준비는 교육위 안팎에서 이미 소문이 다 났다. ‘전문성’을 향한 끈질긴 노력의 흔적들이다.

그러한 교육위원들이 22일 오후엔 북구 화정동의 울산에너지고교를 찾았다. 나흘 전 개학날에 발생한 급식사고의 원인을 찬찬히 살펴 재발방지 대안을 찾으려는 일종의 ‘현장실습’이었다. 업무보고회에는 이현복 교장과 영양사를 포함한 교직원들, 강북교육지원청 이종문 교육장, 시교육청 이채홍 평생교육체육과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보고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교육위원들의 질문은 예상 외로 날카로웠다. 식중독 피해학생 수 보고가 틀린 점부터 따졌다. 시교육청 보고는 13명인데 학교 측 보고는 18명으로 5명이나 차이가 났다. 학교 측은 해명에 진땀을 뱄다.

허 령 위원은 “교육위원회와 교육청이 적대 관계에 있지 않다”며 “하나라도 숨김없이 충실하게 보고해 달라”고 타일렀다.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문병원 위원은 장애학생 수가 얼만지, 학교생활은 어떻게 보내는지 질문했다. 전체학생 356명 중 비장애 학생 343명은 기숙사에 머물지만 장애학생 13명은 모두 통학을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했던 문 위원은 학교장과 교사들을 꾸짖었다. 몇 안 되는 학생들의 장애 종류도 모른다는 것은 학교가 내세우는 ‘맞춤형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성을 요구했다. 강대길 위원장은 이 말을 받아 학교 측에 거듭 주의를 환기시켰다.

교육위원들은 임시휴업의 종료 시점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학교장이 25일 등교시킬 계획이라고 밝히자 교육위원들은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학생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라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실내 보고가 끝나자 교육위원들은 단체급식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문에 대비했는지 식당 안은 ‘락스’ 냄새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배영규 위원의 지적이 새삼 떠올랐다. “독극물에 준하는 락스 대신 인체에 덜 해로운 소독세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교정에는 ‘삼성전자 최종합격을 축하합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전기에너지과 2학년 학생 10명의 이름도 나란히 올려놓았다. 강대길 위원장이 느낌을 말했다.

“그럴수록 학생들 건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이날 교육위원들의 현장실습은 그런 대로 ‘A+’ 수준이었다.

<김정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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