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좀더 무서워해야”
“바다를 좀더 무서워해야”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4.08.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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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간 행락객 20여명 구조 ‘최다 실적’
 

“울산 시민들이 바다를 무서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해양경찰서 정자파출소 소속 유연재 경장(38)이 해변을 찾는 시민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유 경장은 올해 여름 본 근무지인 정자파출소가 아닌 산하해변 122안전센터로 차출돼 피서객을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다.

유연재 경장은 올해 7~8월 두 달 동안 바다에 빠진 20여명의 행락객을 구조해 울산 해경 내 최다 구조실적을 올렸다.

그런 그를 20일 북구 강동동 인문학서재 몽돌 2층에 위치한 산하해변안전센터에서 만났다.

올 여름은 태풍의 영향으로 피서객이 적어 비교적 일이 수월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천만의 말씀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유 경장은 “올 여름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만명 정도 많은 시민들이 해변을 찾았다”며 “캠핑인구가 늘고 산하해변에 물놀이장이 생겨 찾는 사람이 훨씬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날씨일수록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며 최근 피서객 구조 일화를 들려줬다.

유 경장은 “지난 11일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이날 울산 해안에는 풍랑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50대 중반쯤 되는 남성 두 분이 만취한 상태로 바닷물로 들어가려고 해 여러번 주의를 주고 센터로 복귀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유 경장은 센터 내에서 근무를 서던 중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그 남성을 발견했다. 그 남성은 이미 파도에 감겨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유 경장은 안전복으로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튜브 하나만 가지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는 “산하해변 지형은 2~3m만 들어가도 푹 꺾여 수심이 4~5m에 달한다”며 “너울성 파도가 칠 경우 파도에 2~3번만 감기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목숨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연재 경장은 “산하, 강동, 당사 해변은 수심이 깊다. 만일 튜브라도 뒤집어 지면 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진다”며 “원칙적으로는 해수욕장이 아니기 때문에 입수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피서객들은 막무가내로 바다로 들어간다. 지시를 따르지 않아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봐 가슴 조릴 때가 많다. 시민들이 바다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차세호 산하해변안전센터장은 “유 경장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누구보다도 먼저 신속하게 대응하고 대처한다”며 “울산 해경의 ‘에이스’”라고 치켜세웠다.

유 경장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영화 ‘명량’의 대사를 인용했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나라를 버리는 것입니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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