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단상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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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14일 전체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거친 결과 전체 노조원 중 69.7%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대법원은 지난 해 12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고, 노조는 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사측은 지난 해 노조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해결한다’는 합의를 한 바 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그 재판결과를 기다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또 현대차가 그동안 지급해 왔던 정기상여금은 타 회사와 달리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노사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파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또 현대차와 거래하는 수많은 하청업체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예측하기조차 쉽지 않다. 필자는 그와 같은 파급력이 염려되어 다음과 같은 점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법원은 “상여금 지급 대상기간 중에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하여 상여금을 지급한 경우 그러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는 “지급기준일에 재직하고 있는 자에 한하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적도 있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정기상여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처럼 기사화하였고, 그 영향으로 우리들 대부분은 정기상여금은 무조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그것은 대법원 판례에 대한 명백한 오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하급심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심리를 한 후 사안별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

노조 측이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파업하는 것을 막연히 비난할 수만은 없다. 노동조합법에 보장된 노조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단순한 임금인상 목적의 파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노조 측은 종래부터 통상임금에 포함되었어야 마땅한 정기상여금을 지금에라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한 부분은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한다. 단순한 임금인상 문제라면 노사간 협상을 통하여 해결될 문제이지만, 법률적 판단을 포함하고 있는 부분은 사법부의 몫에 속한다. 때문에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굳이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재판 상황이 노조 측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염려해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작년 이맘때 파산신청을 한 디트로이트 시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파산 지자체가 된 사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당시 시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자동차 회사의 강성 노조로 인해 자동차 회사들이 하나 둘씩 떠났기 때문이다. 우린들 부채 규모가 180억 달러에 이르고, 버려진 사업체가 8만개가 넘었던 디트로이트 시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무조건 파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요구할 것은 요구하되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합리적인 노조의 모습이 필요하다. 스스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으로 해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또 디트로이트 시가 겪은 고통을 번면교사로 삼는 노조이길 희망한다.

<장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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