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을 말한다
다문화가정을 말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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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은 우리에게 주로 아시아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형성되는 가정을 말한다. 이런 가정은 결혼 적령기를 놓친 농어촌 지역의 미혼 남성위주로 이루어지거나 남성이 만혼인 경우가 많다. 아시아 여성의 입장에서는 한국인과의 혼인을 통해 한국사회에 통합되어 구성원이 되는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다문화가정은 한국 남성의 입장에서는 가정을 꾸며 아내, 자녀와 함께 안정된 삶을 허락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살다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닥쳐온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 문화차이에서 오는 혼란과 더불어 시집살이라고 하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와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

한국사회는 타민족에 대하여 아직까지 배타적인 경향이 강하다. 단일민족을 큰 자랑으로 여기며 살아왔기에 외국인 노동자 또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유달리 많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는 훨씬 덜하더라도 말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다민족국가이다. 전 세계의 모든 인종이 모여 사는 사회이다. 인종간의 문제로 인해 각종 폭력사건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이기는 하나, 그 다양함이 오히려 미국이라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인간에 적용해 말하기는 거북하지만 이종교배에 의해 건강한 후세를 만들 수 있다고도 하지 않는가?

유럽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인종간의 결혼이 하도 많아 나라별 고유한 인종은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게르만 순혈주의’를 추구하며 인종차별 정책을 폈던 독일민족과 나치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독일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는 선수단의 26%를 혼혈선수와 이민자 혈통으로 채워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이제 우리는 다문화가정을 심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더욱이 그들은 우리가 필요하여 불러들인 사람들이다. 결혼이 거의 불가능한 시골 노총각들에게 가정을 선사하고, 우리가 꺼리는 3D 산업에서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다문화가정의 주부 대여섯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들의 첫 인상은 모두 밝고 명랑했다. 라보엘씨는 결혼하여 한국에 온지 9년째라 했다. 한국말도 아주 능숙하고 적극적으로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남편과 시댁식구들에 대한 원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50대의 조선족출신 이화씨는 한국 사람과 도저히 구별할 수 없는, 우리보다 더 우리다운 사람이다. 그러나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딸의 결혼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딸이 조선족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결혼으로 알게 됐을 때의 감당이 어려워, 차라리 조선족이나 중국 사람과 결혼시키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대화시간이 깊어질수록 이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한국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가벼운 분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민망해하는 나에게 위로하며 말한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라도 다르겠어요? 똑같을 걸요”라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는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을 절실히 요구한다. ‘바이링구얼(Bilingual)’-두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 하나를 길러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비를 지불하고 있는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포용해줄 때, 우리는 수만명의 ‘바이링구얼’을 가지게 되지 않겠는가?

다문화가정은 지금도 우리의 보배이지만 미래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재산이 될 것이다.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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