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왕의 죽음(6)
5. 부왕의 죽음(6)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7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먼저 궁성 밖에 방을 붙여 선왕의 부음을 알리고 연맹의 여러 나라에도 부음을 알리어 빙문케 하시오. 백성들에게는 모두 흰옷을 갈아입고 백일 동안 육식을 금하고 가무도 금지토록 하라.”

“곧 그대로 시행하겠나이다.”

“이승의 삶이 곧 내세의 삶이오니 현세의 광명과 영화를 내세에서도 영원히 누릴 수 있도록 나라의 모든 힘을 모아 부왕의 장례를 준비하게 하라. 황피산 정상의 천년 장송으로 관곽을 만들어라. 그리고 부장할 물품을 하나하나 세세히 기록하여 새로 만들고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하라.”

진수라니 한기는 장례에 필요한 세세한 항목까지도 지적하여 일렀다.

“무릇 국사 중에 이보다 더 국사가 어디 있사옵니까, 이 중차대한 국사에 어찌 한 치의 소홀함이라도 있겠사옵니까. 모든 일을 분부대로 행하겠나이다.”

대신들의 목소리가 하나같이 들렸다.

상수위 아사비의 명은 이수위를 통해 대신들에게 전해졌고 장례를 준비하는 일이 착수되었다. 궁성 밖에 진패주왕의 부음을 전하는 글을 내걸고 수백 개의 만장을 내걸었다.

부음을 알리는 글을 내걸자 궁성 앞에 많은 백성들이 와서 울었다. 온 나라는 연일 울음바다가 되었다.

“원컨대 이 몸은 태왕전하를 따라가겠나이다.”

생전에 왕을 모시던 궁중의 시녀들이 궁성 안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하, 정전의 뜰에 모여 전하와 함께 묻히기를 준비하고 있는 시녀들을 모두 받아들여 함께 순장의 예를 갖추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무도치 이수위가 와서 아뢰었다.

“부왕 전하를 따라 함께 묻혀야 할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진수라니가 물었다.

“쉰 명은 족히 되옵니다.”

“그들의 뜻은 가상하나 죽음을 준비하는 대신에 그들의 일을 계속하게 하라.”

“죽음 대신에 그들의 일을 하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십니까? 당연히 선왕 전하를 따라 저승에까지 가서 모셔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온데 어이하여 저들을 풀어주라 하시옵니까?”

무도치 이수위가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부왕전하께서는 생전에 유언을 남기시었다. 순장은 선대에서 끝나게 하라고 몇 차례나 하명을 하시었다. 살아 있는 백성은 그 누구라도 함께 묻지 말라고 하시었다. 왕궁에서 시중을 드는 궁녀까지도 함께 묻지 말라고 하신 것을 이수위도 알고 있지 않는가?”

“황공하옵니다. 저하! 그러나 어이 전하를 홀로 보내실 수 있다는 말씀이옵니까? 왕국의 시녀들이나 작고 큰일을 맡아보던 사람을 선왕과 함께 묻는 것이 오랜 예법이 아니었사옵니까, 적게는 40여 명에서 많게는 60여 명에 이르기까지 저승까지 따라가서 전하를 모시도록 하는 것이 가야의 제국 예법이온데 어떻게 어길 수 있다는 말이옵니까?”

“하지만 부왕의 유언을 따르는 것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수라니는 무도치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